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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만과 케네디(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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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만과 케네디(지평선)

입력
1997.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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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4월 쿠바 무력침공사건은 미국으로선 참으로 부끄럽고 창피스런 일이었다. 자유진영의 리더였던 미국이 소국 쿠바에 대해 비밀침공을 계획한 것 자체도 부끄러운 일인데 침공군이 쿠바의 피그만에 닿기가 무섭게 쿠바군에 의해 대패하여 군사대국의 체면이 여지없이 깎였던 것이다. 전 미국인들은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자탄했다. 이 비밀작전은 케네디 대통령이 미리 주요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언론은 보도를 하지 않았거나 눈에 띄지않게 보도하고 말았던 것인데 만일 언론이 사전 보도를 해 버렸더라면 국가적 수치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그런데 당시의 국방장관이었던 맥나마라가 이 사건을 근간 자신의 회고록 「베트남 비극과 교훈」에서 밝히며 책임론을 말하고 있어 흥미롭다. 쿠바침공사건은 전임 아이젠하워정부에서 수립한 계획이었다. 케네디는 당시 맥나마라 국방장관을 비롯한 국방, 국무, CIA, 상원의원, 백악관참모 등 20여명을 모아놓고 이 안의 집행여부에 관한 의견을 모았는데 맥나마라는 침공이 성공하면 더욱 좋고 만일 전복시키지 못하더라도 카스트로의 붕괴를 촉진할 것이라며 실행건의를 했다.

작전은 침공군속에 카스트로의 간첩이 끼어들어 대실패로 돌아갔다.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후 맥나마라 국방장관은 케네디를 방문하여 건의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TV에 나가 국민에게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케네디는 이때 『책임의 일단을 지겠다는 당신의 결심에 감사한다. 그러나 이 정부를 끌고가는 사람은 나며 아이젠하워 대통령이나 당신이나 다른 어떤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책임은 내게 있다』고 말하고는 그날 전국 TV에 나가 대국민사과를 했다는 것이다. 1980년 이란 인질구출에 실패한 카터도 비슷한 대국민사과를 한 바 있었다.

한국국민은 지금 한보사건으로 매우 상심하고 있고 이런 시대착오적 가신정치가 계속되는 한 나라의 장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도 한보사태에 관한 솔직한 대국민사과와 함께 이런 사건이 왜 일어나게 됐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하는 지를 사과내용에 담아 발표해야 한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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