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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근로자­한국여성 부부 2세들/「국제 사생아」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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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근로자­한국여성 부부 2세들/「국제 사생아」 신세

입력
1997.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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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명 국내법상 한국인으로 불인정/산업연수 아버지 사실상 귀화 불가능/어머니 미혼모 꾸며 호적 편법 등재도/정부,법과 인권사이 해결 고민동남아 남성근로자와 한국여성 사이에 태어난 수천명의 아이들이 「사생아」로 커가고 있다. 아버지가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 법적으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96년말 현재 국내체류중인 동남아출신 외국인근로자는 20만명(통상산업부 추계). 이 중 혼인적령기에 있는 남성근로자는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해외근로자 유입은 증가할 추세여서 동남아근로자 아버지를 둔 「사생아」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현재 한국여성을 호주로, 동남아 남성을 동거인으로 호적에 기재하고 3개월짜리 동거비자를 주고 있다. 「동남아 아버지」들은 새 비자를 받기 위해 3개월에 한 번씩 입출국하고 있다. 귀화를 하려면 ▲결혼후 3년이상 한국에 지속체류 ▲독립생계유지가 가능한 재산 보유 ▲품행단정(국내법 위반사실이 없을 것)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산업연수생 출신으로 직장을 이탈, 재취업하거나 불법입국한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하다. 귀화한 동남아 남성근로자는 아직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아이들은 호적에 동남아인 아버지가 동거인으로 기재돼 있어 부계혈통주의를 따르는 국내법상 입적될 수 없으며 미혼모처럼 꾸며 혼인사실을 숨기면 어머니 호적에 등재할 수 있다.

93년 4월 결혼, 경기 안산시 원곡동에 살고 있는 파키스탄인 아메드 이판 비키(30·노동)씨와 남모(27·여)씨 부부는 아들 남가람(3)군을 파키스탄의 시부모에게 보내 키우고 있다. 남씨는 아들을 94년 11월 자신의 호적에 올려 주민등록번호까지 받았으나 이듬해 1월 안산시청으로부터 착오로 입적됐으니 말소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비키씨는 최근 결혼 3년이 지나 귀화신청을 해보았지만 자격미달이었다.

94년 6월 결혼한 아마드 아야즈(32·회사원·경기 안산시 선부동)씨와 주모(27)씨 부부도 마찬가지. 2년전 딸 메이 쉬(2)양의 출생신고를 하러 갔다가 한국인이 아니어서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주씨는 『아이가 보통아이들과 생김새는 다르지만 엄마의 나라에서 생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남외국인노동자의 집」 양혜우(32·여) 사무국장은 『동남아 남성근로자와 한국여성부부는 사실혼을 포함해 3천쌍 이상으로 추산된다』며 『엄연히 우리 사회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이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법무부관계자는 『인권적인 측면에서는 결혼한 지 3년이 지난 동남아남성들의 귀화를 인정해야 하지만 갈수록 증가하는 불법입국자들에게 일률적으로 국적을 부여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서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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