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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과 불신시대/정재룡 사회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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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과 불신시대/정재룡 사회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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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철강 총조성액 5조559억원. 정태수 총회장 유용액 2,316억원. 유용액중 사용처 확인안된 액수 250억원. 정치인 5명과 은행장 3명에 전달된 뇌물 커미션 총액 32억5,000만원. 전·현직 은행장 7명, 박재윤 전 통산부장관, 청와대관계자 3명, 재경원 등 관련부처 실무자 등 300여명 피의자 참고인으로 조사결과 10명 기소 4명 기소유예. 관련부처 등의 위법행위 없음.이상은 검찰의 한보 의혹사건 수사결과 발표 내용이다. 새로운 내용은 「깃털」 홍인길 의원이 청와대 총무수석 시절에도 딱 한차례 한보철강에 대한 대출청탁을 해주고 2억원을 더 받았다는 것 정도가 고작이다. 검찰의 수사발표 내용은 의혹을 밝히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성역없이 조사했음을 알아 달라는 「강요」이자 구색맞추기·짜맞추기 수사임을 느끼게 한다. 증폭된 의혹이 터지기 직전의 풍선꼴인데 한 마디로 태산명동서일필이다. 검찰은 수사를 성급하게 종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오랫동안 수사한다고 비리·의혹이 더 밝혀질 성격이 아니다』는 말로 대신했다. 21일에는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를 고소인 자격으로 소환, 광범위하게 조사했다고는 하지만 의혹이 해소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열린 임시국회는 대선을 앞둔 여야가 서로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한 설전으로 시끌법석이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결과도 국정조사에서 한보의혹이 밝혀질 것인가라는 물음에 66.8%가 부정적이었다. 여야의원들은 정치자금법을 제정하면서 자신들의 떡값에 면죄부를 주었다. 입법을 떡 주무르듯이 하면서 「떡고물」도 아닌 「떡」을 통째로 먹어버린 꼴이다. 국민들의 법감정으로 보면 이 법을 만든 여야의원들은 「공범」들이다. 의원들은 최소한 정치자금법을 개정,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우는 성의라도 보여야 한다. 국민들이 왜 검찰을, 정치인을 불신하는지는 당사자들이 잘 알 것이다. 잘못된 것을 고칠 때 우리는 『죄지은 사람들이 왜 고개도 숙이지 않아요』라는 어린이들의 질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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