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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은 ‘내 친구’/개와 함께 노년 보내는 두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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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은 ‘내 친구’/개와 함께 노년 보내는 두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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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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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일찍 잃고 사업실패/비록 쓸쓸하게 살아도 10마리 재롱에 외로움 잊고 보살피다보면 일주일이 ‘금방’/사업은퇴후 한가한 일상 목욕시키고 함께 산책 큰 즐거움/“보고 있으면 순수함 절로…”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철길옆 임시가옥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는 이모(69·여)씨. 그린벨트지역에 비닐과 방풍재로 지은 30평 남짓한 집안에 살림살이라고는 옷장과 TV, 기본적인 식기류가 전부이고 밖에는 100여m를 걸어가야 겨우 몇채의 인가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적막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영락없이 「쓸쓸한 만년」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삶의 위안이자 보람인 반려자가 많다. 10년전부터 키워 온 애견 요크셔테리어 10마리가 그것이다. 개들은 신기하게도 밤 11시께 이씨가 잠자리에 들면 동시에 잠을 자고 아침 6시에 이씨와 함께 정확하게 잠을 깨는 완전한 한 식구다. 이씨가 이곳으로 이주한 이유중의 하나도 이웃의 눈치를 보지않고 개들과 살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팔짝팔짝 뛰면서 재롱을 부리는 개들을 보면 외로움을 잊을 수 있어요. 세상에서 누가 나를 그만큼 반기겠습니까. 강아지가 태어나도 너무 예뻐 남에게 주지않고 그냥 키우다 보니 이렇게 늘어났어요』

이씨의 일상은 온통 개를 보살피는 것으로 채워진다. 매일 두끼씩 먹이를 주고 3, 4마리를 목욕시키고 발톱을 깎아주다 보면 하루, 1주일이 그냥 지나가고 이중 한마리가 아프기라도 하면 약을 먹이고 증상을 관찰하느라 한달이 어떻게 갔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는 『개키우기야말로 세월 낚기』라고 말한다.

그가 개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외로움과 좌절감 때문이다. 38년전에 내과의사였던 남편과 사별한 이씨는 적지않은 유산으로 서울에서 음식점과 예식장 등을 운영했지만 경험과 수완이 없어 번번히 실패의 쓴맛을 볼 수 밖에 없었다. 『한강물은 말라도 내 재산은 마르지 않을 것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풍족한 시절이 있었지요. 그러나 살림만 하던 주부가 사업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하는 일마다 권리금을 뜯기거나 사기를 당했지요』

이씨에게는 여동생 둘과 남동생 하나가 있지만 모두 미국에 이민을 갔고 남아있는 혈육이라곤 함께 살고 있는 딸이 유일하다.

생활비와 개 사육비는 미국에서 동생들이 부치는 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씨는 『내가 이렇게 살고있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랄 것』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87년에 우연히 친구로부터 얻은 개를 키우면서 그나마 사는 재미와 위안을 느끼게 됐어요. 개의 눈을 보면 그동안 살아오면서 보지못한 천진무구의 순수함을 발견할 수 있어요. 개는 한번 사랑을 받으면 죽을 때까지 배신하지 않고 주인을 따르거든요』

이씨는 이제 개들의 표정과 짖는 소리만으로도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디가 아픈지를 알 수 있다. 배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위와 장, 어느 쪽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도 판별한다. 그는 또 오래전 남편의 진료를 도운 경험을 살려 주사를 놓아주고 약을 먹이는 등 직접 개를 치료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개를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목욕 등 귀찮은 일은 모두 관련 유료시설에 맡기고 사체를 마구 버리는 등 개를 단순한 액세서리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철골 및 창호 제작 전문업체인 서하건설을 경영하다 3년전 일선에서 물러난 조해석(66·서울 용산구 후암동)씨. 그의 한가로운 일상에서 8년째 길러온 애견 「검비」는 무엇보다 큰 즐거움이 되고 있다. 『비록 사업은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사람을 많이 접촉할수록 쌓이는 피곤함은 어쩔 수 없었어요. 배신과 시기가 너무 많지요. 그렇지만 집에 돌아와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좋아하고 따르는 검비를 안으면 온갖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조씨는 요즘 매일 새벽 5시와 하오 5시 각각 1시간동안 남산공원에서 개와 함께 산책과 달리기를 한 뒤 목욕을 시켜주고 이를 닦아 주는 등 부인과 아들하고 지내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검비와 함께 하고 있다. 그는 『개를 보면 오랫동안 잊고있던 어린시절의 순수한 마음이 조금씩 되살아난다』면서 『사람은 동물과의 잦은 교감을 통해 각박한 삶 속에서 생긴 마음속의 주름을 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유성식 기자>

◎애완동물의 사회학/정서공백 메워주는 ‘가족 일원’/의존 심하면 정상적 인간관계 위축,고립심화 가능성

애완동물이 가정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애완동물은 젊은 부부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재롱둥이로, 어린이에게는 좋은 친구로, 외로운 노인에겐 만년을 함께 하는 손자같은 존재로서 새로운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최근 들어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난 것은 소득수준의 향상과 문화적 변화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가족관계의 변화와 기계화, 개인주의 성향에 따른 정서결핍의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삭막한 도시생활이 가져 온 인간관계 단절과 이에 따른 정서적 공백을 애완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메우려는 사람이 늘어 난 결과라는 것. 외롭게 사는 노인들과 젊은 맞벌이 부부, 형제 자매가 없다시피 한 아이들, 독신생활자들이 늘어 나면서 애완동물은 이제 놀이감이 아니라 가족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경희대 의대 신경정신과 장환일 교수는 『애완동물은 사람끼리의 정적인 유대관계를 대신해 주는 대체물의 성격이 강하다』며 『과거 대가족제도하에서 빈번하고 다양하게 이루어졌던 가족간의 정적인 교류가 핵가족화로 단절되면서 사람들이 애정결핍을 애완동물을 통해 해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애완동물은 특히 고립돼 정서불안 증세를 보이는 어린이들이나 노인들에게 정서적·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애완동물이 자폐아동이나 노인병 치료에 효과를 발휘했다는 임상보고도 있다. 대화가 부족한 젊은 부부나 소가족에겐 대화의 물꼬를 트고 가족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 기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애완동물이 순기능만 지닌 것은 아니다. 외로움을 달래고 심적인 위안을 받기 위해 애완동물을 기르지만 정도가 심해지면 정상적인 인간관계가 줄어 들면서 오히려 고립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병원 홍강의 신경정신과장은 『아동의 경우 애완동물에 지나치게 애정을 가지게 되면 가족에 대한 정상적인 감정표현력이 퇴화하고 친구관계도 단절되는 경우가 있다』며 『애완동물에 대한 지나친 의미 부여와 무조건적 의존보다는 정상적인 가족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를 갖는 대신 애완동물을 키우는 젊은부부나 애완동물로 배우자를 대신하는 독신자들, 개를 자식처럼 대하는 노부부의 경우 애완동물이 기존의 가족구성원을 밀어 내고 정상적인 가족관계를 가로막을 수 있다. 가족 전체가 아닌 한 구성원만이 애완동물을 배타적으로 좋아하는 경우 이러한 병리적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연세대 사회학과 조혜정 교수는 『애완동물은 일시적 대용물은 될 수 있어도 인간관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며 『가족간의 유대와 정서적 교류를 넓히고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배성규 기자>

◎애견 미용실은 ‘옛말’ 선글라스에 치약·향수까지/관련산업 매출 연 1,000억원 넘어

애완동물 관련산업이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애완동물과 관련용품의 시장규모가 90년대 들어 매년 40% 가까이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개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축병원이 95년 700개소에서 지난해 990개소로 41%나 늘었고 서울의 경우 380여개소로 5년전에 비해 2배가 늘어났다. 애완동물 사료 수입도 94년의 5,800톤에서 95년 7,600톤으로 31% 증가했다. 특히 고급품종의 애견과 이구아나, 햄스터 등 희귀동물 판매건수는 최근 연평균 200%이상의 급증세를 기록하고 있다.

애견용품 백화점이나 애견호텔, 미용실의 등장은 이제 한물 간 얘기다. 애견옷, 애견전용 샴푸 제조업체가 생겼는가 하면 애견미용실 개업과 취업을 위한 미용학원 30여개소가 성업중이다. 전국 500여개소의 애완견 번식장에 찾아가 수태를 시키려면 5만∼30만원을 내야 한다.

시판중인 애완동물 용품은 50가지가 넘는다.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던 개 배낭, 모자, 선글라스와 10만원대의 운반용 개집이 여름휴가철에 적잖이 팔리고 있다. 개 치약과 치솔, 구강스프레이, 귀세척액, 샴푸와 린스 등 위생용품도 지난 5년간 매년 20%씩 꾸준히 판매량이 늘고 있다. 여기에다가 털염색약, 모질개선제, 향수 등 「사치성」 용품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고 애완동물의 건강보호를 위한 영양제와 식욕증진용 소스, 보온용 전기방석까지 시판되고 있다. 이에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의 경우 애완동물과 관련 용품의 총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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