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만 170만마리 추정/한달비용 5만∼10만원선/호화사치·사체유기 등/사육문화는 아직 정착안돼회사원 조모(28)씨는 매일 점심시간이면 집으로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한달전 구입한 강아지의 안부를 묻기 위해서다. 『어때? 아픈 데 없고 밥 잘 먹어? 일찍 들어갈테니 잘 데리고 있어』
아직 아이가 없는 조씨에게 강아지는 자식처럼 귀엽다. 직접 목욕을 시켜주고 아침 저녁으로 이빨도 닦아준다. 아내가 강아지를 사자고 했을 때만 해도 반대했던 조씨지만 지금은 흠뻑 빠져 살고있다.
소득 수준의 향상과 핵가족 확산으로 이런 모습은 더이상 외국이나 특수층만의 호사스런 취미가 아니다. 애완동물은 이제 일반가정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자연스런 존재가 됐다.
한국갤럽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애완동물 인구는 1,500만명.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달한다. 그중 개를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 애완견이 170만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한국애완견협회는 추정하고 있다.
애완동물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80년대만 해도 개 고양이 새 금붕어 등이 거의 전부를 차지했지만 최근엔 햄스터 기니픽 페릿 친칠라토끼 고슴도치 원숭이 등도 애완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더구나 이구아나 카멜레온 개코도마뱀 거북 뱀 등 파충류와 개구리 가재 굼벵이 장수풍뎅이 귀뚜라미 유충 등 다소 거북한 것들까지 애완동물로 사랑을 받고 있다.
95년 결혼해 맞벌이를 하는 이미복(28·여)씨는 『애완견 대신 관리가 쉽고 혼자서도 잘 크는 족제비과의 페릿을 키우고 있다』며 『아이를 늦게 가질까 봐 부모님은 은근히 걱정하지만 퇴근후 주인을 알아보고 반겨주는 페릿을 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즐거워 진다』고 말했다.
자식이 장성하거나 출가해 둘만 남게 된 노부부중엔 개나 고양이를 자식처럼 키우는 경우가 많다. 고독감과 무료함을 잊게 해주기 때문이다. 형제 수와 대인접촉 기회가 줄어 드는 아이들의 애정결핍을 막고 정서적 안정을 주기 위해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도 늘고 있다. 독신자들에게 애완동물은 배우자이자 동료같은 존재다. 애완견 요크셔테리어를 기르고 있는 장한식(33·개인사업)씨는 『개는 충직할 뿐 아니라 외로울 때 재롱을 떨며 위안을 준다』며 『때맞춰 먹이를 주고 청소와 목욕을 시켜야하는 등 관리에 어려움이 있지만 친구나 자식같은 느낌이 들어 힘든 줄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애완동물의 가격은 종류마다 천차만별이다. 햄스터 3,000∼2만5,000원, 거북 1쌍 2만∼4만원, 기니픽 3만원, 이구아나 3만∼5만원, 페릿 17만원, 구관조 30만∼80만원, 원숭이 45만∼130만원, 페르시안 고양이 80만∼140만원 등이다. 애완견은 푸들 15만∼25만원, 치와와 27만∼35만원, 요크셔테리어 18만∼34만원, 말티즈 25만∼35만원, 포메라니안 33만∼37만원, 진도개 30만∼40만원, 페키니즈 35만∼45만원, 퍼그 30만∼50만원, 셰퍼드 35만∼50만원, 달마티안 45만∼65만원, 불독 80만∼94만원선이다.
병에 걸리지만 않으면 애완동물을 기르는 데 큰 돈은 들지 않는다. 애완견의 경우 사료값은 한달 평균 1만원 정도. 털과 발톱을 손질해 주는 미용비와 개집, 개옷, 예방주사와 기생충약, 개 샴푸와 린스, 치약과 치솔, 구강 스프레이 등에 드는 비용까지 합쳐 월 5만∼10만원 정도면 된다.
그러나 애완견에 대한 지나친 호화사치가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의 일부 부유층은 개에게 쌍꺼풀 수술이나 주름살 제거수술을 시키고 해산을 쉽게 한다며 제왕절개 수술을 해 주기도 한다. 개호텔, 치석제거, 값비싼 외제 개옷, 액세서리, 개장난감도 등장했다. 일부 아파트 주민은 개가 짖지 못하도록 성대수술을 해버려 동물학대 비난이 일기도 한다.
죽은 애완동물을 땅에 묻거나 전문처리소에 맡기지 않고 그냥 버리는 바람에 환경문제나 병원체 전파 등 보건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구회 윤신근(44) 회장은 『우리는 아직 애완동물을 기르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호화사치, 이웃간 갈등, 사체유기 등의 문제가 일어난다』며 『돈이 아닌 애정과 정성으로 기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배성규 기자>배성규>
◎애완견 관리요령/생후 2∼3개월에 구입/기름진 음식 주지말고 목욕 7∼10일에 한번
애완동물은 장난감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다. 따라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즐거움에는 당연히 책임감도 따른다. 애완동물을 구입하기 전에 애완동물을 위한 공간확보와 식사제공, 운동과 훈련, 배설물 청소 등 귀찮은 일을 해낼 자신이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한다.
가장 흔한 애완동물인 개의 관리요령 정도는 익혀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개는 생후 2, 3개월에 품성이 형성되고 사람과 가장 가까워지므로 이 시기에 사는 것이 좋다. 눈이 초롱초롱하고 털에 윤기가 흐르며 꿈틀거리는 힘이 좋은 강아지를 구입해야 한다. 털이 빠지거나 귀에서 악취가 나거나 염증이 심하고 잇몸이 창백한 강아지는 건강상 문제가 있다. 배가 유난히 부르거나 항문이 지저분하고 기침을 하는 강아지도 좋지않다. 예방접종과 구충제 투약여부는 물론, 병력을 확인해야 하고 수의사의 건강진단을 받는 게 현명하다.
강아지는 잠자리와 음식, 주변사람 등 낯선 환경에 접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아 병에 걸리기 쉬우므로 처음에는 충분한 휴식과 안정을 제공해야 한다. 처음 1개월 동안은 지나치게 주무르거나 귀찮게 구는 것을 삼가야 한다. 실내기온은 20∼23도 정도가 적당하고 우유나 돼지고기 등 기름진 음식과 생선뼈 등은 주지 말아야 한다. 장염은 애완견에게 치명적인 질병인 만큼 설사가 심할 때는 음식물 공급을 중단하고 보리차에 설탕물을 섞어 1, 2시간 간격으로 먹여 탈수를 막아야 한다.
개가 며칠간 식욕부진 현상을 보이면 체온을 재보고 눈곱, 설사, 귀의 이상여부를 살펴야 한다. 개의 귓속에는 이어마이트라는 진드기가 살기 때문에 5일에 한번꼴로 전용약으로 닦아 줘야하며 목욕을 시킬 때는 귀를 솜으로 막아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목욕은 7∼10일에 한번이 적당하다.
생후 45일 이후에는 홍역, 전염성 간염, 렙토스피라증, 장염 등에 대한 예방접종을 해줘야 한다. 또한 생후 90일부터 매년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춰야 한다. 공동주택에서는 소음과 냄새를 막기 위해 개가 짖지 않고 대소변을 가리도록 훈련시키는 것도 기본적인 에티켓이다.<윤신근 애견종합병원 원장>윤신근>
◎사육 유의사항/침 통해 병균 감염/물리지 않도록 주의/만진후 꼭 손 씻고 예방접종 철저히/아기 근처엔 금물
애완동물은 많은 가정에서 한식구로 대접받고 있으나 감염의 위험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 개나 고양이 등의 타액과 배설물, 털 등을 통해 각종 병원체가 사람에게 옮겨질 수 있다.
그러나 수의사들은 이같은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애완동물과 주위환경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충분히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65년부터 32년째 서울에서 가축병원을 운영해 온 조휴익 중부가축병원장은 무엇보다 애완동물에 물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온혈동물의 침에는 여러 종류의 병원체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의 침을 통해 감염되는 광견병은 치명적이어서 반드시 1년에 두차례씩 예방접종을 해 주어야 한다. 광견병 예방접종 필증이 없는 개를 키우는 주인에게 범칙금을 물리고 개는 도살하는 법적 제재조항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일단 개한테 물렸을 때는 상처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뒤 상처부위를 소독하고 곧바로 의사를 찾아가야 한다.
쥐의 배설물을 먹은 애완동물의 배설물을 통해 감염되는 렙토스피라증은 급성 신장염을 유발해 고열과 구토, 피오줌, 유산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따라서 동물을 만지고 나면 꼭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하며 항상 주변환경을 청결히 유지해야 한다.
동물의 피부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피부호흡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개선충 등의 감염에 따른 피부병을 앓게 되고 사람에게 옮겨져 가려움증과 발진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브러시로 털을 자주 손질해 주고 반드시 일반 샴푸가 아닌 개샴푸 등으로 털을 감아 주어야 한다.
동물목욕은 7∼10일에 한번꼴이 적당하며 이때 여러차례 털을 헹궈 세제 찌꺼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피부병에 걸리지 않는다. 지나치게 잦은 목욕은 피부의 저항력을 떨어 뜨려 오히려 피부병을 유발할 수 있다.
개털은 사람털보다 훨씬 가볍고 부드러워 공중에 날아다니다 사람의 입에 들어가기 쉽다. 때문에 꼼꼼한 솔질로 날리는 털을 없애고 갓난 아이를 개와 가까이 두지않는 것이 좋다.
이밖에 사람에게 직접적인 병증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애완동물의 기생충이 옮겨질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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