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이야말로 정치 대국”/신윤석 도쿄 특파원(특파원 수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이야말로 정치 대국”/신윤석 도쿄 특파원(특파원 수첩)

입력
1997.02.22 00:00
0 0

일본에는 「정치대국 일본」이란 말을 자주 쓰는 이들이 있다.경제대국인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공헌도에 걸맞는 정치력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등이 그 수단이다.

아직 한국에는 「과거와 같은 군사력이 아니라 정치·외교적 영향력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이 말을 「팽창주의를 눈가림하려는 능청이 아닌가」하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일본 학계·언론계·재계의 한국통들은 『한국이야말로 정치대국』이란 논리를 자주 편다.

예를 들어보자.

아시아경제연구소는 97년 한국경제는 『연말의 대통령선거에 따른 불확실성 등 부정적 재료가 많아 설비투자는 저조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유력 신문의 한국담당 논설위원이 쓴 독도문제에 대한 해설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 독도에 대한 강경책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아 일·한 관계가 악화할 것』이라는 요지다.

다른 저명한 언론인은 북한의 잠수함 침입사건 직후 월간지에 『김영삼 대통령이 레임 덕을 없애기 위해 대북 강경책을 쓰는데 이용되는 측면이 있다』는 기고를 했다.

엄청난 격무를 치렀을 한국의 검찰·법원 관계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수사와 재판을 둘러싼 어마어마한 법리공방에 관계없이, 일본 언론의 관심은 처음부터 언제 정치수요에 따라 둘이 석방될까 하는 점이었다.

이만하면 이들이 말하는 한국 정치대국론이 무슨 의미인지 알만 할 것이다. 한국은 모든 게 정치에 의해 결정되고 한국의 일반적인 현상은 정치잣대만 대보면 금방 알 수 있다는 논리다.

이들 한국전문가들과 만나 『정치잣대로만 한국을 재는 것은 너무 일면적이다. 한국도 이제는 다변화한 나라다』라고 맞서보지만 『그러면 산세이(삼성)자동차는 되고 겐다이(현대)제철은 안되는 이유는 뭐냐』고 당장 역공을 당한다.

『한국이 발전하고 민주화한 것은 인정하지만 아직 우리 경험칙으로는 정치가 모든 분야를 재단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일침을 가한다.

남북관계 전망도 『어찌됐든 올해는 남북 모두 권력승계 또는 권력교체 문제가 있어 될 일이 없다』 『북쪽 권력승계가 먼저 끝날 터이니 연말에는 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식이다.

남이나 북이나 권력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온 국민이 목을 매고 살아야 하기는 마찬가지 아니냐는 비아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입맛이 쓰고 불쾌하지만 한보 사건까지 터져 기자는 요즘 반론이 더욱 궁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