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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살해(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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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살해(지평선)

입력
1997.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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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세계에는 우리의 상식이 닿지못하는 비밀들이 숨어있다. 모기에 물렸을 때 가려운 것은 침을 통해 우리 몸 속에 더러운 잡균이 들어오기 때문이 아니다. 모기의 침이 사람의 살갗을 찌르는 순간 피를 쉽게 빨아들이기 위해 혈액의 응고를 막는 물질이 주입되는데 그것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가려움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사람은 그 가려움증 때문에 모기에 물렸음을 알고 쫓아버리게 된다. 피를 너무 빼앗겨 인체가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자연의 질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모기의 암놈에게만 흡혈본능이 장치돼 있는 것도 산란에 고단위 단백질이 필요한 탓이다. 피를 빨 수 없으면 모기는 멸종이 되고 말 것이다.

쥐나 다람쥐도 그런 본능을 가진 종류가 있다. 임신한 쥐가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려고 이웃 쥐의 새끼를 잡아먹는 것이다. 모기와 다른 것은 번식을 위해 친족을 살해하는 점이다.

독수리의 경우는 더 참혹하다. 수해나 가뭄이 심해 먹이가 부족해지면 독수리 둥지에서는 새끼들이 형제끼리 서로 잡아먹는 일이 일어난다.

새끼를 모두 먹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먹이를 얻지못한 어미 독수리는 힘센 놈만 살리는 길을 택하게 된다. 먹이를 새끼들 입에 일일이 넣어 주던 것을 그만두고 그냥 공중에서 둥지로 떨어뜨려 준다. 이제는 힘세고 재빠른 놈만이 먹이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뿐인가. 약한 놈이 굶주림 끝에 기진해 쓰러지면 다른 놈들이 달려들어 뜯어먹어 버린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에는 가장 강한 놈 한마리만 살아남게 된다. 잔혹한 것 같지만 이같은 동물들의 생존방식에서 우리는 지나친 번식을 막고 종족을 강하게 보전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잠행을 엿볼 수 있다.

「한보」사건을 통해 이른바 「가신」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이런 「친족살해」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마땅한 명분이 없다면 그것은 자멸행위일 뿐이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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