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 소재·기교속에 자기목소리는 실종미세스 다웃 파이어, 런어웨이,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 걸6, 짐 캐리, 로버트 데니로, 장국영, 왕자웨이….
한국영화 「지상만가」(22일 개봉)가 연상시키는 것들이다. 할리우드 스타를 꿈꾸는 순수의 청년, 「순정만화 주인공」같은 생맥주집 종업원 종만(이병헌)이 쉴새없이 관객을 웃기려 토해내는 「흉내내기」때문 만은 아니다. 영화의 영상과 인물, 사건과 분위기가 왠지 익숙하다는 느낌을 준다.
「은행나무침대」의 강제규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신인 김희철 감독의 「지상만가」는 흡인력 있는 소재와 인물을 가졌다. 결과는 버디무비(남성 2인조 영화)가 됐지만, 어린 시절의 끔찍한 가족사를 짊어진 채 죽음을 생각하는 천재음악가 광수(신현준)와 종만의 우정과 꿈이 있고, 그 사이로 광수와 착한 세희(정선경)의 조심스런 사랑이 애틋하게 스며든다. 꿈꾸는 자(종만)의 환상과 즐거움, 술에 절어살며 세상을 버리려는 자(광수)의 허무와 고통이 우정으로 하나가 돼갈 때 경찰의 음모(살인사건의 조작)가 그들을 위협한다. 역설적이게도 종만은 죽고, 그의 우정과 세희의 사랑을 마시며 삶의 의지를 찾은 광수는 억울한 사형수의 누명을 벗고 불후의 명곡을 낳는다.
뮤직비디오처럼 잘 다듬어 군데군데 배치시킨 음악, 세련된 조명이 영화의 느낌을 이끈다. 컴퓨터 그래픽 합성기법(상상 속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가하는 종만)도 발전된 모습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영화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사건의 추적보다 감정을 무기로 하는 작품일수록 중요한 것은 관객과 등장인물의 정서적 공감대. 후반으로 갈수록 두드러지는 상황과 사건의 개연성의 결여, 디테일의 부족은 종만의 비극적 코믹성과 광수의 비장미를 반감시킨다.
그들이 가야할 길에서 만날 것들, 그리고 예정된 결말을 치열한 인간관계에서 찾기보다는 만화처럼 만들면서 비약과 억지와 통속성에 관대해진 것은 아닐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상만가」의 주인공들은 비록 가공이지만 귀신얘기인 「은행나무 침대」와 달리 현실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이대현 기자>이대현>
▲최미애(영화평론가)매력적인 캐릭터와 소재. 그러나 순정만화 같은, 바로크적 과잉과 억지로 빛을 잃었다(★★)
▲편장환(영화평론가, 영상원 교수)기술적 성과에 비해 개연성과 자기스타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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