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코미디와 드라마의 ‘웨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코미디와 드라마의 ‘웨딩’

입력
1997.02.21 00:00
0 0

◎드라마 좇는 코미디 코미디 좇는 드라마/현실에 기반을 두고 코미디 같지 않은 웃음을 잡아라/새 지상명령따라 양 장르 합병이 시도/과연 그 M&A는 어디까지…어떻게 웃길 것인가?

최근 우리 방송에 큰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코미디이다. 또는 코미디화이다. 웃음을 잡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줄을 잇는다. 웃음의 생명력은 짧다. 사람들은 똑같은 것에 또 한번 웃지 않는다. 다시 한번 웃어준다면 그것은 미소가 아닌 조소이다. 그래서 코미디는 끝없이 옷을 갈아 입는다.

코미디와 드라마의 만남. 또는 드라마와 코미디의 만남. 연기하는 코미디언, 또는 웃기는 연기자.

지금 코미디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다. 탤런트 김자옥은 「공주병 신드롬」으로 최고의 코미디 스타로 떠올랐다. 드라마의 양식을 끌어들인 MBC 「테마게임」은 어설픈 드라마보다 큰 재미와 감동을 주며, 아이들의 전유물로 전락한 코미디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급기야 드라마적 요소에 「코미디언 없는 코미디」라는 도발적인 장르까지 나올 예정이다.

SBS가 선보일 「옴니버스 코미디―천일야화」.

3월초부터 매주 금요일 하오 7시30분에 방영될 이 코미디는 탤런트와 가수들만 출연한다. 탤런트 이낙훈을 비롯, 오지명 주용만 옥소리 윤다훈 박주미에 가수 이지훈 등. 이낙훈이 운영하는 카페를 무대로 다양한 인생유전을 코믹하게 드라마화한다는 것이다. 담당 김병욱 PD는 『사람들은 이제 코미디언을 보고 웃지 않는다. 코미디언은 이미 「웃기는 사람」으로 「낙인 찍혔기」 때문에 긴장감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실 코미디의 드라마화는 91년 「일요일 일요일밤에」가 유행시킨 영화나 드라마의 「패러디」(풍자, 모방)코너에서 이미 예견된 바 있다. 그후 우후죽순처럼 시트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흐름이 되고 있다. SBS는 「아빠는 시장님」과 「LA아리랑」 등 2편의 시트콤을 선보이고 있고, MBC도 지난해말부터 「남자셋, 여자셋」을 내놓았다. 또 일요일 저녁 각 방송의 버라이어티 쇼나 코미디에서도 시트콤 코너가 빠지지 않고 들어갔다.

거꾸로 드라마가 코미디로 흘러가는 경향도 생겨났다. 지난해 최고의 인기 드라마였던 KBS의 「목욕탕집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코믹성에 바탕을 둔 것이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SBS의 「꿈의 궁전」도 그렇다.

도대체 무엇이 코미디를 드라마로, 다시 드라마를 코미디로 가게 하는가?

우선 코미디의 위기타개책이라는 분석이 많다. 인기만을 좇아 성인층을 외면한 채 말장난이나 연예인 신변잡담으로 흘러온 작금의 코미디에 대한 식상함이 변화를 유도했던 것이다.

한국 코미디의 고질적인 걸림돌로 지적되어온 소재 제한을 피하려는 우회라는 시각도 있다. 손병우 순신대 교수는 『웃음은 공격하는 자(코미디언), 공격당하는 자(풍자 대상), 지켜보는 자(시청자)로 이루어진 삼각구도』라며 『코미디는 기본적으로 강자를 공격하는 약자의 담론』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유독 웃음을 웃음으로 받아들이는 데 인색하다. 국회의사당을 무대로 하면 신성한 국회를 모독했다고 난리가 나고, 군대를 풍자하면 안보가 흔들린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코미디가 직접적인 풍자대상을 겨냥하지 못하고 드라마적인 상황연출로 돌파구를 뚫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코미디 변화의 흐름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보다 폭넓은 공감대를 얻기위한 몸부림도 있다. 손교수는 『웃음은 현실에 기반을 두고, 그것을 다시 비트는 과정에서 나온다. 현실성을 통해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은 웃음의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코미디의 드라마화, 「탤개맨(탤런트+개그맨)」의 등장은 현실성을 획득하기 위한 일련의 시도라는 것이다. 특히 드라마에서 활동했던 탤런트들은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허구성을 드러내는 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코미디와 드라마의 만남이 한 때의 유행인지, 아니면 과연 어디까지 갈 지 아무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삶이 스토리의 연속이라면 거기에는 희로애락이 있고, 그것은 드라마와 코미디의 요소를 다 갖고 있는 것 아닐까?

◎랄랄라… 때와 장소를…/코믹광고 붐

『웃음을 잡아라』

지난해말부터 광고업계에 떨어진 지상과제다. 한때 사람 사이의 정을 강조하는 「감정 광고」가 각광받았지만, 이제 「코믹 광고」가 먹히기 때문이다.

돌풍의 주역은 바로 OB라거의 「랄랄라」광고 1, 2탄. 바라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영화배우 박중훈이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엉덩이를 살짝 살짝 흔드는 「랄랄라」춤을 추는 이 광고는 단번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광고를 기획한 오리콤의 박병열 대리는 『맥주가 가볍게 한 잔 걸치는 주류라는 점에 주목했다. 박중훈의 코믹한 표정연기와 춤이 「부담없는 웃음」을 자아내려는 기획의도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랄랄라」광고가 동작을 기본으로 한 코믹 광고라면 한국이동통신의 「디지털 011,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광고는 드라마성 요소를 갖춘 것이다. 「두형사」, 「사파리」편에 이어 교통사고 현장의 해프닝을 소재로 한 3탄까지 웬만한 코미디 한 편보다 재미있다. 이 광고는 상황의 설정과 도입부, 전개부, 그리고 반전이 있는 순간의 드라마다. 코미디가 드라마화하는 경향처럼, 주입식, 반복식은 더이상 매력을 끌기 힘들다는 것을 이 광고는 보여준다.

이밖에 날카로운 못판 위에 앉아 수행에 전념하던 요가승이 치킨 냄새 때문에 결국 못판 위로 떨어지는 KFC광고 「요가편」, 이경영이 고물차를 몰고 뻔뻔스럽게 주유소에 들어와 거드름을 피는 유공 엔크린 광고 등도 시선을 잡는 코믹 광고들이다.

코믹 광고가 왜 유행인가? 그것은 바로 짧은 시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한다는 데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상품의 이미지에 빠져든다. 광고주는 바로 이 점을 노린다. 사회가 어수선하고 우울할수록 15초의 종합예술인 광고에서라도 웃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많아 코믹 광고는 많아진다.<박천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