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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소평 이후의 중국(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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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소평 이후의 중국(사설)

입력
1997.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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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최고실력자 덩샤오핑(등소평)이 타계했다. 그의 죽음은 최근 몇년간 잦았던 건강악화설 때문에 「멀지않은 장래의 일」로 예견되어 오긴 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13억 중국 국민은 물론 전세계인에게 슬픔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78년 실권을 장악한 후 20여년간 중국개방화의 총설계사이자 주역으로서 개혁·개방이란 대과업을 이끌어 온 그는 드디어 중국식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독특한 체제의 꽃을 피워, 과실을 맺게 하는데 성공했다. 「위대한 작은 거인」이란 애칭이 말해주듯 예지와 식견, 그리고 확고한 실용주의에 기반한 통찰력과 지도력이 출중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제 세계의 시선과 관심은 그가 없는 대륙에 쏠려 있다. 등 이후의 체제가 등이 과감히 내디뎠던 개방·개혁을 여하히 수용하며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모든 관심은 모아져 있다. 90년 일체의 공직에서 떠났고 92년초 남부지방을 시찰할 때 소위 남순강화라는 연설을 통해 제2의 경제개혁을 독려한 것을 끝으로 그의 활동이 중단되자 세계의 촉각은 등없는 중국의 앞날에 모아져 왔었다.

89년의 천안문사태로 구체화된 제3세대 지도집단이 과연 현대화의 장정을 무난히 지속시켜 나갈 것이냐 하는 우려이자 불안이었다. 이러한 우려들은 등사망과 함께 곧바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최고지도층의 권력암투를 비롯해서 농민·실업자·개방소외 지역주민의 민란, 소수민족 등의 독립요구 분출, 그리고 천안문 사태로 보다 뚜렷해진 민주화 세력활동과 홍콩·대만의 동요 가능성 등으로 요약되어 왔다.

그렇긴 하지만 장쩌민(강택민) 등 소위 제3세대 지도집단이 7년여라는 기간을 통해 당·정·군을 중심으로 한 체제확립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어 왔으며 무엇보다도 현대화 사업을 무난히 이끌어 오는 동안 안정과 단결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굳게 형성시켰다는 데서 불안 가능성을 대폭 희석시켜 오고 있다.

우리로서도 관심사는 하나 둘이 아니다. 중국의 정정이나 사회불안은 우리와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아온 유대나 경제협력 외에도 황장엽 망명에서 보듯 점점 그 심도를 더해가는 남북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또 홍콩이나 대만에 독립 열기가 분출해 동요할 경우 미·일 등 강대국의 참여를 불러올 것이며 동북아의 안정 역시 크게 위협받을 소지가 없지않다.

등의 죽음은 사실상 대륙혁명 1세대의 마감을 의미한다. 이제부터 거대한 대륙호는 강총서기와 집단지도 체제의 협력과 단결 여하에 따라 운명지워진다.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중국을 발전시켜야 하는 책무도 지워져 있지만 「천안문의 모순」을 극복, 개방체제를 완성시켜야 하는 기대도 걸려있다.

중국에는 전통적으로 노인의 죽음을 백희사라 부르고 있다. 고령노인의 죽음이 가족과 주위의 걱정을 덜어주며 안정을 가져다 준다는 뜻이다. 어쩌면 20세기 최후의 거인이라 할 등의 죽음이 중국의 발전은 물론 동북아정세안정에 또 하나의 좋은 전환점이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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