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큼 오래된 역사를 갖는 유럽의 고도들은 선조들이 살아온 역사의 발자취들을 건물형태로 간직하고 있다. 이런 고도들은 「도시 전체가 마치 문화유적을 한데 모아놓은 박물관 같다」하여 「박물관도시(Museum City)」라고 불린다.그리고 이곳 건축가들의 주된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도시의 오래된 흔적들을 보존하며 현대식 건물과 조화를 이루게 할 것인가에 맞추어져 있다. 20년만 지나면 모두 헐고 새로 지으려는 우리의 건축풍토와는 많이 다른 것이다.
물론 우리는 한국전쟁과 조국 근대화라는 우리만의 현대사적 상황이 있기때문에 유럽 선진국들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옳지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개발 제일주의 정책이 많은 부작용을 낳으며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이제 우리는 서울을 건설경기를 부추기는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600년의 흔적을 도시의 물리적 구조로 보존할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
서울은 잘 찾아보면 「조선시대―개화기 및 일제 강점기―근대화기―성장기」에 해당되는 우리의 역사적 흔적들을 건물과 도시의 구조라는 물리적 형태로 간직해오고 있다.
한 예를 들자면 이미 70년대부터 많은 건축인들은 「경복궁―가회동―인사동―돈화문―창경궁」으로 이어지는 거리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이외에도 서울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지켜야 할 것들이 훨씬 더 많다.
서울의 종합발전계획은 「헌 집 주고 새 집 짓는」방향으로만 전개되어서는 안된다. 거기에는 서울에 간직된 시간의 증거들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기본철학과 전문적 연구도 포함되어야 한다.
선진국들이 그 명칭에 걸맞게 자기 것을 지키는데 얼마나 열심인지 자세히 보고 배울 때이다. 선진국들의 공장 굴뚝 숫자나 자동차 생산대수만 뒤쫓다가는 우리는 영원히 주인없는 2등 민족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