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선 교역이익/북한 대미접근 견제/다목적 전략카드로 등거리 외교 지속덩샤오핑(등소평)은 78년부터 18년동안 13억 중국인의 운명을 좌우해 온 중국의 최고 지도자였다. 그는 89년 당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장쩌민(강택민)에게 물려준 이후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 막후에서 정치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등은 93년 이후 중국의 대내외정책 결정권을 강주석과 리펑(이붕) 총리 등 현지도부에 맡겨 왔지만 중국정치에서 등이 갖는 비중을 감안할 때 그의 사망은 장기적으로 중국의 대내외 정책에 다소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등의 사망은 한반도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 등사후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는 경제발전을 도모함으로써 대내 안정을 모색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남북한에 대한 균형외교 정책을 지속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안정이 유지되도록 하고 최대한도의 이익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서 사회주의 체제가 유지되도록 하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시키기 위해 북한에 대한 최소한도의 지원정책을 지속할 것이다. 긴 국경선을 공유하고 있는 북한에서 심각한 정치·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경우 자신들의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미 제네바 핵합의 이후 전개되고 있는 북한의 대미 접근정책으로 북한이 미국측에 과도하게 경사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중국은 북한에 대한 지지자세를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발전을 단절시키는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중간 교역액이 200억달러에 달해 한국은 중국의 5대 교역대상국으로 부상했다. 홍콩과 유럽연합을 제외할 경우 한국은 중국의 3대 교역국이 된 것이다. 강의 지도부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내 경제 발전이 요구되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발전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의 미국과 대만에 대한 접근정책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중국은 한국을 중요한 전력적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등의 사망은 중·북한 원로세대 지도자간 인적 유대관계 약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북정책을 점차 실리주의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동안 중국과 북한간에 긴밀한 관계가 유지되어 왔던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는 한국전 당시에 맺은 인적 유대관계에서 기인했다.
그러나 등 사후 중국을 이끌어 나갈 강주석과 김정일간에는 한번도 직접적인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등 사후 강주석은 남북한 일방에 치우치지 않는 등거리 정책을 보다 철저하게 추진함으로써 중국의 실리를 극대화할 것이다.<민족통일연 연구위원>민족통일연>
□약력
중국 국립정치대 정치학 박사(89), 숙명여대, 이화여대 숭실대 강사.
민족통일연구원 연구위원(1991∼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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