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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역시 ‘자물통’… 능청도 ‘9단’/수사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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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역시 ‘자물통’… 능청도 ‘9단’/수사 뒷이야기

입력
1997.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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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러면 재미없다”에 “어디 한번 때려보지” 응수24일간 장기마라톤하듯 계속돼온 한보수사에는 뒷얘기가 많다.

○…검찰은 19일 사법처리자중 공직자가 없는 이유를 정태수 총회장의 진술거부 탓으로 돌려 의혹을 해소할 만큼 진상을 규명하지 못했음을 실토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총회장은 『은행장이나 영향력 있는 정치인을 매수하면 대출이 가능해 굳이 공직자를 상대로 청탁할 필요가 없었다』고 강변했다. 의혹이 남는 부분도 한보측이 93년 이전 회계장부를 파기한데다 수사의 상당부분이 정총회장 진술을 토대로 진행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

○…검찰은 홍인길 황병태 의원이 어떤 식으로 은행장에 외압을 행사했는지에 대해 『전화를 하거나 동석한 것만으로도 외압이 될 수 있다』고 구체적 답변을 회피했다. 검찰은 『정총회장과 홍의원이 정총회장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모변호사를 통해 만나게 됐다』고 밝히면서도 정총회장이 언제 아파트생활을 했는지는 확인해 주지 않았다.

○…대검중수부 및 검찰연구관, 국세청 은감원직원 등 100여명을 동원, 300여명의 피의자와 참고인을 조사한 이번 수사에서도 정총회장의 「자물통 입」은 「명성」을 유지했다. 최병국 중수부장은 『정씨가 엄청난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해 「정총회장의 돈은 먹어도 소화가 잘 된다」는 소문이 사실임을 다시 입증했다.

○…수사진은 정총회장의 독특한 로비행태와 「능청」 때문에 고생했다. 로비대상이 광범해 소수 실력자에게만 집중되지 않았으며 사안이 있든 없든 평소 꾸준히 돈을 주어 대가성 입증이 어렵고 현금만 주어 증거포착도 쉽지 않았던 것. 정총회장은 수서사건때 뇌물로 준 수표(증거)를 보이면 『수표에 발이 달렸나. 왜 여기 있지』하던 식의 딴청을 이번에도 재연했다. 그는 수사관이 『계속 이러면 재미없다』고 하면 『어디 한번 때려 보지』라고 응수했다.

○…검찰수뇌부는 수사에 대한 불신이 높자 『검찰이 어떻게 모든 의혹을 풀 수 있겠는가』라며 특검제의 필요성을 간접시인, 눈길을 모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모두가 검찰을 욕하면서 일이 터지면 야당도 검찰에 고소장을 들고 오지 않느냐』며 『불신감을 높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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