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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예’의 ‘겨울단편’/한국춤,변형만으로 창조없다(무용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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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예’의 ‘겨울단편’/한국춤,변형만으로 창조없다(무용평)

입력
1997.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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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용계의 아방가르드로 보이는 젊은 무용가들이 창단공연을 가졌다. 기존의 무용형태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스스로 「미·지·예」라 칭한 것을 보면 진보적인 예술가의 꿈도 결국은 원점에서 시작되나 보다.4명의 단원 최준명 김향 김효진 손미정은 모두 한국무용을 전공했고 창무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미 창무회에서부터 길들여진 「우리춤의 새로운 해석과 창조적 발전」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는 크게 주목할 사항이 없지만 춤 장르간의 구분이 붕괴되는 과정이 보인다는 점에서 그들의 「겨울단편」에 주목하게 된다.

우선 이들이 깨고 싶어하는 한국무용은 어떤 춤인가. 한국음악, 한복, 그리고 기방이나 사찰에서 혹은 농촌의 마당에서 수집한 춤사위를 연결시켜 만들어 놓은 1930년대 이후의 무대춤이다. 「겨울단편」에는 한국음악이나 한복이 없다. 춤사위도 아주 많이 변형되어 알듯 모를듯 들어 있다. 한국무용과의 공통점이라면 무엇인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무대춤이라는 점이다. 이는 공교롭게도 기존의 표현주의 현대무용과 이론상 같은 위치에 놓여 있다.

때문에 「겨울단편」을 보면서 80년 초까지 유행했던 현대무용 중 하나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특히 80년대 현대무용가들처럼 음악과 미술의 적극적 협력을 과시하고 있으면서도 적절한 교류에 대해서는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음악에 대한 민감한 반응이나 설치미술과의 일체감을 얻어내지 못했다.

군무에서 무용가 개개인의 개성이 전혀 의식되지 않고 있음은 물론 동작과 음악의 연결에서도 무성의한 즉흥 이상의 느낌을 주지 못했다. 마치 아무런 느낌이 없는 추상화 같았는데 기존의 한국무용이 구상화라면 「겨울단편」은 기교와 작가의 능력을 보다 뚜렷이 확립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객원출연한 이광석과 김봉수를 통해서 발견한 아주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들의 춤동작은 크고 선명하고 확실한 강조점이 있었는데 기본기가 현대무용이기 때문에 얻은 활력이었다. 한국무용의 변형만으로 춤을 추기에는 역부족임을 간접적으로 알렸다.

한국춤 기본기를 지닌 여자들의 미세한 어깨놀림이나 이들이 아니면 발견해 낼 수 없는 독특한 동작 변형을 목격하면서 활력과 미세함 두 가지가 한 사람의 몸에서 나온다면 얼마나 대단할까를 상상해 봤다. 원래 외형적인 기교에 약한 한국춤, 특히 그 변형만으로는 애초에 뭔가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다.<문애령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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