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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망명·이한영씨 테러­‘긴장의 한반도’4개국전문가 지상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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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망명·이한영씨 테러­‘긴장의 한반도’4개국전문가 지상대담

입력
1997.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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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경제창구는 열어놔야”/북 정치위기 진입 첫 조짐­오코노기 교수/북 체제 몰락 예상은 성급­김형국 교수/중의 대한정책 진단 계기­트카첸코 소장/경수로 등 예정대로 추진을­이서항 부장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의 망명사건에 이어 발생한 이한영씨 피격 사건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일보사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3개국 북한문제전문가들간의 4각 지상대담과 각국 정부의 반응을 통해 이들 사건이 갖는 의미를 짚어보고 해결책을 찾는 기회를 마련했다. 대담에는 우리나라에서 이서항(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 교수, 미국에서 김형국(아메리칸대 아시아연구소 소장) 교수, 일본에서 오코노기 마사오(소차목정부·게이오대) 교수, 러시아에서 바딤 트카첸코 극동연구소한국센터 소장 등이 참여했다.<편집자 주>

□참석자

이서항씨<외교안보연 안보통일연구부장>

김형국씨<미 아메리칸대 아시아연구소 소장>

오코노기 마사오씨<일 게이오대 교수>

바딤 트카첸코씨<러시아 극동연구소 한국센터 소장>

◆황장엽 망명과 이한영 피격사건이 향후의 한반도 상황(또는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오코노기 교수=사건이 점점 남북간의 치열한 정보공작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황의 망명에 대한 보복으로 이한영을 공격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정보공작 싸움이 군사대결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남북긴장이 계속되면 한반도 안정은 어렵다. 황과 이의 비중으로 볼때 김정일 개인의 감정적 반발도 클 것이다.

◇이서항 교수=황장엽의 망명은 북한의 이념적 기반이 완전히 무너진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 북한은 당연히 체제유지에 심각한 위협을 느낄 것이며 내부단속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북한의 기류는 밖으로 황의 망명을 남한측의 조작극으로 선전하고 남한에 대한 테러 및 국지도발을 감행하면서 긴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북한에는 정상적인 토론과정을 거친 정책보다 김정일의 감정적 결정들이 시행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바딤 트카첸코 소장=황의 망명과 이씨 피격사건이 서로 어떤 연관관계를 갖고 있는 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두 사건이 어떤 형태로든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황의 망명은 특히 중국의 대 한반도정책을 진단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중국이 황의 망명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역학관계는 앞으로 크게 변할 수 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중국이 남북한 어느 편의 손도 들어주지 않을 것 같다.

◇김형국 교수=한반도에는 단기적으로 대화단절 상태를 초래,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는 곧 동북아정세의 불안을 조성할 것이다. 이것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주변국과의 협조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상황이 급변하고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지적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두 사건이 북한의 향후 진로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형국 교수=황의 망명은 그가 북한체제의 지주인 주체사상의 실질적인 이론가라는 점에서 북한사회에 정치적 이념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고 본다. 이 사건은 북한 김정일체제의 붕괴를 단축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고 김정일의 몰락이 곧 북한 정치체제의 몰락이라고 성급히 예상할 수는 없다.

◇바딤 트카첸코 소장=북한은 현재 황의 한국망명을 막는데 최대역점을 두고 있다. 이 사건이 북한의 향후 진로에 영향을 주느냐 여부는 그 다음이다. 중국이 황을 한국으로 보낼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북한측이 황이 납치됐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번 사건의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수용소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남한과의 화해속도는 늦어질 것이다.

◇이서항 교수=이번 사건은 북한의 대외개방정책을 상당히 후퇴시킬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기존의 억압체제는 더욱 강화할 것이다. 그동안 북한이 대외개방 움직임의 하나로 제한적으로 추진해 왔던 대미관계개선 및 4자회담 참여 움직임이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

◇오코노기 교수=지금까지 북한의 위기는 거의 경제위기였다. 이번 사건은 경제위기가 정치위기로 넘어가는 첫 조짐이다. 정치위기가 확대되면 대외정책의 컨트롤도, 국내의 컨트롤도 불가능해진다. 잠수함 사건을 지난 연말에 사과형태로 해결하고 식량을 받으려 했으나 이번 두 사건으로 다시 어려워졌다. 대외개방과 억압체제 강화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두 사건이 귀국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이서항 교수=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 이해당사국들은 단기적으로 북한의 위기감을 달래는 정책을 택할 것으로 본다. 특히 미국 일본 등이 한반도 긴장상황을 누그러 뜨리기 위해 예정됐던 식량지원 등 지원프로그램을 서둘러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

◇오코노기 교수=북·일, 북·미 관계 개선은 남북대화와 4자회담이 일정한 조건이다. 따라서 남북긴장 상태에서 북·일 관계 개선은 어려워진다. 일본은 정세완화를 위해 식량원조를 하고 싶어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의 반대로 못해왔다. 황의 서울행에 대한 일본의 지원은 중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그다지 적극적 일 수 없다.

◇김형국 교수=두가지 사건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커다란 부담이다. 대북정책의 진전에 도움을 줄 수 없는 사건임이 분명하다. 미국은 두가지 가능성에 대비할 것이다. 첫째는 북한이 이번 사건으로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정치·경제적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려고 할 경우이다. 둘째는 남북이 대치하는 가운데 미국과의 대화 노력 마저 포기하는 경우이다.

◇바딤 트카첸코 소장=답변하기 어려운 문제다. 러시아는 그리고리 카라신 외무차관이 평양방문 등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북한에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 모스크바는 한반도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아 이번 사건으로 인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한국정부는 이 사건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보는가.

◇오코노기 교수=감정적으로 되지 않는게 중요하다. 남북 정보기관간의 공 다툼이나 대결로 흐르지 않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냉정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 남북 경쟁심리에 국내 정치변수가 개입하기 쉬운 사건이다. 순수한 망명사건으로 처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남북한의 소모전 양상으로 번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김형국 교수=두 사건은 발생무대가 다르다. 각각 따로따로 접근해야 한다. 황의 망명은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과의 대화로 국제규범에 맞춰 가능한 이른 시일내에 황을 한국으로 데려와야 한다.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떠나 한 개인의 정치적 망명요구는 들어줘야 한다. 이씨 피격은 한국내에서 발생했으므로 수사를 신속히 해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바딤 트카첸코 소장=황의 망명을 빨리 처리하는 방법을 찾는게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문제다. 중국측이 황의 망명의사를 직접 확인하면 황의 한국행을 최소한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황의 망명을 방해한다면 그를 죽음의 길로 몰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국측과 계속 접촉해 황의 망명의사를 직접 확인하도록 하는 게 좋다.

◇이서항 교수=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사건해결의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대북경수로사업과 지원계획 등은 예정대로 추진 한다는 의지의 재확인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보비리사건 등 국민적 불안요인을 공정하게 해결함으로써 사회적 건강성을 회복해 나가는 것도 절실하다.

◆이들 사건으로 야기된 남북한간의 긴장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이서항 교수=황의 망명이 자칫 체제경쟁의 승리로 과장돼서는 안된다. 황장엽의 고민을 진지하게 경청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의 위기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한다는 인상을 보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

◇바딤 트카첸코 소장=이번 사건으로 남북한 관계가 보다 나빠질 것이고 화해는 더 힘들어진다. 위기해소 방안은 양측 지도자의 화해의지에 달려 있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양측은 모두 이번 사건을 국내상황에 이용하려고 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황의 망명문제에 대한 중국의 대응방향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는 만큼 중국의 태도를 지켜보자.

◇오코노기 교수=사건과 식량지원·KEDO사업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황 자신이 말한 것처럼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식량지원을 해야 한다. 직접 지원이 어려우면 국제기구를 통한 보다 대규모 지원을 생각할 수도 있다. 황 의 망명은 지도부 단결이 깨졌다는 것이고 식량난이 심각해지면 쿠데타·암살·정부 전복 등이 생길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은 위험하다. 그전에 전쟁도발 가능성이 더 높다. 전쟁이든 내부붕괴든 한국과 일본에 모두 도움이 안된다.

◇김형국 교수=남북 긴장상태가 정치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치적 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북한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 경제적 대화창구는 열어놔야 한다. 정·경분리 원칙으로 다각도의 접근방법을 통해 북한에 대화통로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미 정부의 입장/북 도발행동 않도록 촉구

미국은 「대통령의 날」인 17일까지 3일간 연휴여서 행정부의 공식논평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빌 리처드슨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16일 『미 정보전문가들은 아직 북한이 붕괴위기에 있다는 사실에 회의적이지만 경제적인 면을 특히 주시하고 있다』며 미국의 입장을 어느정도 반영했다.

북한을 여러차례 방문했던 리처드슨 대사는 이날 ABC방송의 대담프로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한영씨의 피격은 황장엽 망명 처리문제를 놓고 중국이 고민하는 시점에서 일어난 심각한 사건으로 미국은 이를 매우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지난해 9월 한국 동해안에 잠수함을 침투시킨데 대해 사과한 점을 상기시키고 미국은 북한이 잠수함 사건이후 합의한 내용 등을 최우선적으로 실천,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경찰이 이 사건을 북한정권이 저지른 소행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일 정부의 입장/“국제 룰따라 해결” 신중

일본 정부는 황장엽 망명사건에 대해 처음부터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 룰에 따라 당사국들이 냉정히 해결하기를 희망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 적극 개입은 피하겠지만 인도적 원칙과 망명자의 의사를 중시해야 한다는 한국 주장에 대해 측면지원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중국이 황의 제3국 출국이나 한국행을 결정하면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이며 사건의 여파로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 긴장이 조성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또 당면한 국제기관을 통한 북한 쌀지원 요청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경수로지원사업 진전에 대한 영향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씨 피습사건에 대해서는 아직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아 정부 당국자들의 논평은 나오지 않고 있다.

페루 리마의 일본대사관저 인질극이 계속되는 가운데 급작스런 북한 관련 사건과 한반도 정세변화 요인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 내에는 한반도 위기 사태 대응책,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등 묵은 과제를 하루빨리 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활발하다.

◎러 정부의 입장/대응방향 중과 은밀 접촉

황장엽의 망명에 이은 이한영씨 피습소식에 러시아측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북한 권력층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의 한 소식통은 황의 망명 직후 『그같은 거물급 인사가 남쪽으로 가다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김정일의 권력승계과정에서 북한내 권력 엘리트 등이 크게 동요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황의 망명이 남북 및 중국―남북한 관계 등 한반도 주변정세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측은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황의 망명과 이씨 피습사건에 극히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외무부측은 황 망명후 첫 정례 브리핑에서 『정확한 정보가 없다』며 공식 논평을 거부했으며 평양주재 러시아대사관측도 황 망명과 관련한 어떠한 질문에도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측은 향후 대응방향과 관련, 중국측과 은밀히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워싱턴="홍선근" 특파원·도쿄="신윤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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