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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외교교섭 밀리자 “발빼기”/황장엽 망명­북 왜 수용시사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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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외교교섭 밀리자 “발빼기”/황장엽 망명­북 왜 수용시사 했나

입력
1997.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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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불가능 판단 내부동요 막기/「중 망명처리」 사전파악 가능성/황 비판 캠페인·잔존세력 대숙청 예고북한은 17일 황장엽 망명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관영 중앙통신을 통해 처음 밝혔다. 중앙통신은 『황비서가 납치됐다고 한다면 그에 대해 용서할 수 없으며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가 망명을 추구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변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변절자는 어디든 가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발생 직후인 지난 13일 중앙통신이 황의 망명을 납치극이라고 규정하고,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협박한데에서 급선회한 반응이다. 이같은 태도전환은 일단 평양지도부가 황의 망명을 저지하기 위한 대중국 교섭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 내부 결속에 주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황의 북한소환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양 지도부의 현실인식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황의 망명이 제3국 등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성사된다는 것을 가정한다면, 이로 인한 내부동요와 권력누수현상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측이 중국 당국을 상대로한 황의 「송환」교섭이 여의치 않고 비관적인 상태에 빠져들자 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취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황비서 망명직후 남북한은 치열한 외교전을 벌여왔으나 중국은 18일 정례 외교브리핑을 통해 황비서 신병처리 문제에 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며 곧 탕자쉬엔(당가선) 외교부 부부장이 황을 직접 면담, 망명의사를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중국측은 당초의 방관적 태도에서 벗어나 황이 「납치」가 아니라 자의에 의한 망명을 했다는 사실을 공식확인하는 등 이번 사태를 조기에 매듭지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같은 중국당국의 의사는 사전에 북한측에 전달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북한측은 황의 망명저지를 포기하는 대신 대외적인 위신, 그리고 내부 결속을 위한 예비적 조치로 황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나섰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북한 이탈자에 대한 포기 내지 방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북한은 16일 중앙방송을 통해 『비겁한 자여 갈테만 가라』는 혁명가요의 일절을 인용해 황장엽의 망명 사건을 비판하고 나섰다. 중앙방송은 이날 「우리의 승리의 표대는 붉은기」제하의 방송정론을 통해 『우리가 높이 들고 나가는 붉은 깃발에 비겁한 자여 갈라면 가라. 우리들은 붉은기를 끝까지 지켜 나가리라는 결사의 신념으로 맥박치고 있다』고 체제 수호의지를 다졌다.

붉은기 철학은 한마디로 김정일을 중심으로 일렬대오를 형성하자는 내용으로 김정일의 권력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주체철학을 약간 변형시켜 마련된 것이다. 황의 망명사건을 맞아 북한이 붉은기 철학을 강조하고 나온 것은 강력한 체제고수 의지를 다지는 한편 김정일 체제에 대한 잠재적 반대세력의 숙청 선풍을 예고하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황에 대한 대대적 비판 캠페인과, 그가 기른 숱한 제자 등 잔존세력, 즉 잔독에 대한 피의 숙청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김병찬 기자>

□북한외교부 대변인 답변 전문

◇조선인민주의 인민공화국 외교부 대변인은 황장엽사건과 관련하여 2월17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가 제기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 하였다.

◇우리는 지난 2월12일 중국의 베이징에서 황장엽이 실종된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하여 중국측에 사태에의 진상을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한바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우리의 입장은 단순하고 명백하다.

◇황장엽이 납치 되었다면 우리는 그에 대해 참을 수 없으며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가 망명을 추구했다면 그것은 변절을 의미하므로 변절자는 갈테면 가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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