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비서의 망명과 이한영씨 피격사건이 국민을 패닉(일시적 정신공황)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귀순자 등 직·간접적으로 북한과 끈이 이어진 사람들은 「혹시」하는 마음에 외출마저 삼가고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하지만 한편에서는 뒷공론이 무성하다. 조작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이 걸린 문제인데도 『뭔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그런 사람들은 이내 『설마 그렇지야 않겠지』하고 자신이 제기한 의심을 스스로 부정하면서도 무엇인가 미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의심과 불신은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런 의심은 최근의 정치·사회적 동향이 마치 정교한 각본에 따라 연출된 한 편의 정치드라마를 연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실상 한보사건의 수사 마무리과정에서 터진 최근의 안보 돌발변수들은 너무나 극적이었다. 이 때문에 공작설, 음모설 등 위험천만한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이씨 피습 사흘째를 맞은 17일에도 북한공작원에 의한 보복테러에 초점을 맞추고 지문 등 증거분석과 범인색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이 쉽게 해결되리라고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같다.
우리 국민의 안보불감증이나 생명경시풍조는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일련의 돌발사건에 대해 의아해 하고 정부와 관계당국의 발표를 믿지 않으려 하면서 그 배경을 캐려 하는 현상이다.
정부는 왜 이렇게 불신을 사게 됐을까. 국민들의 불신과 의심을 정부는 심각하게 걱정하고 그 해소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회각계 원로들이 현상황을 국난이라고 규정한 바 있지만 국난의 본질은 정부당국에 대한 신뢰의 총체적 붕괴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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