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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이 어렵다고?/‘살아있는 거장’ 볼탕스키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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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이 어렵다고?/‘살아있는 거장’ 볼탕스키 전시회

입력
1997.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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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서/정신대 소재 작품 등 23점 소개『낡은 의복에는 누군가가 존재했다가 이제는 부재중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그의 체취나 옷주름은 아직 남아있지만 그 사람은 이제 없다. 「프랑소아 C.의 의복」 「캐나다」 등의 작품에서 읽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의복이 죽음과 부재의 이미지라는 것이다. 모든 추억들이 표면으로 올라오고 모두가 자신의 죽음을 생각할 것이며 그래서 관객은 자신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지도 모른다』

『예술가로 사는 것은 실제 살아가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다. 예술가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묘사할 뿐이다. 나는 관객들이 하나의 작품을 실제의 삶으로 여겨주길 바란다』(크리스티앙 볼탕스키)

현대미술은 난해하다. 더욱이 설치미술을 이해하기란 고통이다.

처음 맞닥뜨리면 난감하기 이를데 없는 설치미술. 하지만 작가의 설명을 듣고 보면 마냥 어려운 것만도 아니다. 사람들은 이제 낡은 의복의 더미를 보면 죽은 친지를 생각하거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해석의 자유로움. 현대 설치미술이 그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한가지의 미덕이 있다면 바로 그 생각의 자유로움일 것이다.

현대 설치미술의 거장 크리스티앙 볼탕스키(53)의 작업을 망라한 「볼탕스키-겨울여행전」이 21일부터 4월 6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 프랑스 외무성 산하단체인 프랑스예술교류협회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볼탕스키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값진 기회다.

정신대를 주제로 한 사진 설치 작업도 우여곡절 끝에 성사돼 관심을 모은다. 당초 우리 측에서 제공한 사진자료가 마땅치 않아 작가는 설치를 포기했었으나, 방한 이후 미술관 측의 요청에 따라 15일부터 정신대를 주제로 한 사진 설치 작업에 들어갔다.

볼탕스키는 독일의 미술전문지 캐피탈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작가 중 지난해 7위에 기록된 인물. 미술가의 순위를 매긴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어쨌든 세계 화단에서 볼탕스키라는 이름은 대단한 무게를 갖는다.

유태인이며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한 볼탕스키는 68년 5월 파리의 첫 개인전에서 낡은 사진과 녹슨 양철종, 헌 옷 등 일상적 오브제를 이용한 작업을 보였다. 소희극적 요소의 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은 23점. 작가가 국내에서 제작한 설치 두 점과 초기부터 최근까지 제작한 대표작들이다.

「미키 클럽의 62명의 회원들」(72년)은 어린이들이 잡지사에 보낸 증명 사진을 확대해 만든 작품으로 관람자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유년시절을 회고하게 만든다.

80년대 들어서는 장난감, 꼭두각시 등의 소재로 확대되는데 「기념물」(85년)은 어린아이의 초상을 제물처럼 배치하고, 사진을 반짝이는 꽃장식줄로 이어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전시에는 이들 대표작과 「프랑소아 C.의 의복」(72년) 「그림자」(84년) 「기억상자」(96년) 등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유태인 학살, 죽음, 장례, 회상 등 우울한 삶의 흔적과 연관이 깊다.

난해한 그의 작업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과 작가의 해설식 인터뷰가 담긴 120페이지의 대형 도록이 출간되며 20일 하오 3시 개막식에 이어 4시부터는 방한한 작가와의 대화시간도 마련된다. (02)503―7744∼5.<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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