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배신자 ‘피의 보복’ 신호탄/황 망명 묵과해선 체제유지 불가 판단/이씨 표적삼아 극단적 대형테러 경고정부당국은 이한영씨 피격사건이 황장엽의 망명에 대한 보복조치의 하나로 북한의 지시에 따라 저질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망명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13일 새벽 관영 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황장엽의 망명을 납치극이라고 규정하고 『응당한 대응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정부는 북한 특수요원들이 중국 베이징(북경)에서 위압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대남 보복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인가. 북한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테러국으로 낙인 찍혀있는 상황을 무릅쓰고 또다시 테러전을 불사하려 하고 있는가.
북한의 극단적 실력행사에는 황의 망명이 체제에 미칠 영향과 현재 남북한·중국간에 진행되고 있는 외교각축전 및 북을 배신한 이한영씨에 대한 보복감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사건은 북한이 황의 망명에 대해 체제차원의 위기의식을 지니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북한은 황의 망명이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됐다는 것이 확실한 만큼 통상적 외교 교섭만으로 이를 저지하기 힘들다는 점을 잘알고 있다. 그러나 황장엽이 최고급 기밀정보를 갖고 있는 최고위층이고 최고지도층 안에 제자들이 숱하게 깔려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그의 망명을 마냥 내버려 둘 수도 없다는 딜레마를 지니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2월 어머니 성혜랑씨의 탈북사건을 공개하고 회고록을 통해 북한 지도부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낸 이씨를 표적으로 삼아 자신들의 위기의식을 보여 주었다. 여기에다가 이씨는 북한이 손 보려 했던 「눈엣가시」같은 존재였다. 북한은 이씨 피격을 통해 앞으로 KAL기나 아웅산 국립묘지 폭파 같은 대형 테러 시도 가능성까지 경고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씨 피격사건은 특히 북한 지도부내 강경파의 주도권 장악과 김정일의 통제력 약화 가능성을 시사해 주기도 한다. 온건 경제개방파로 알려진 황이 조국을 버린 만큼, 「믿을 수 없는 지식인」을 밀어내고 테러같은 극단적 대남 실력행사의 결행이 시급하다는 군부·공작기관의 주장이 먹혀들었을 개연성이 크다. 한 북한 소식통은 『잠수함침투 사건 사과로 북한이 얻어낸 것이 무엇이었느냐는 강경 인식이 지도부내에 팽배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는 여기에 북한의 과거 도발사례 등을 감안, 추가테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보 당국의 한 관계자는 『어떤 사태가 벌어질 지 예측할 수 없다』며 『남북한간에는 항상 작용과 반작용이 뒤따랐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88년 서울올림픽 개최에 대한 반작용으로 87년 KAL기 폭파를 감행했다. 잠수함침투사건 때는 최덕근 블라디보스토크 영사가 살해됐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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