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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문면 녹나무(사라진 천연기념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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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문면 녹나무(사라진 천연기념물:5)

입력
1997.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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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욕심에 마구잡이 채취/보호노력도 헛되이 67년 고사천연기념물 제41호였던 「중문면의 녹나무」는 전설의 땅 제주에서 이제는 전설로만 남게 됐다. 서귀포시 도순동 강정천변에 서 있던 이 녹나무는 일제강점기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을 정도로 수형이 빼어났지만 사람들이 약재로 사용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껍질을 벗겨가는 바람에 67년 고사됐다.

이 지역 주민들은 60년대초 녹나무 보호를 위해 하천주변에 높이 2.5m 길이 13m정도의 석축을 쌓는 등 정성을 기울였으나 끝내 외지인들의 만행에 의해 녹나무는 희생됐다. 대신 이 자리에는 수령 15년생의 녹나무가 자라고 있다.

「중문면의 녹나무」인근 지역에는 64년 천연기념물 제162호로 지정된 「도순리 녹나무 자생지군락」이 펼쳐져 있는데 이 일대의 녹나무들도 껍질을 벗기러 온 외지인들에게 수난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에서는 녹나무를 집안에 심지 않는 풍습이 전해온다. 녹나무가 있으면 귀신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조상의 제사를 모실 수 없다는 속신 때문이다. 이는 마치 복숭아나무가 사악한 귀신을 쫓는 위력을 갖고 있지만 조상의 영혼도 물리친다고 믿어 집주변에 잘 심지 않는 경우와 마찬가지 의미를 갖는다.

특히 강한 방향성을 지닌 녹나무잎은 예로부터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제주지방 사람들은 촌각을 다투는 환자를 녹나무잎이 깔린 온돌방에 눕히고 불을 지핀다. 그러면 잎에서 나오는 증기가 폐와 심장에 충격을 주어 환자가 깨어난다고 한다. 이 민간처방은 지금도 시전되고 있다.

한자로는 장뇌목으로 불리는 녹나무는 아열대수목으로 큰 것은 높이 40m, 줄기의 지름이 8m에 달한다. 이처럼 수형이 웅장하고 굵은 가지가 발달해 숲의 경관이 아름답다. 껍질은 좀약이나 캠퍼(강심제)의 원료, 또는 한약재로 쓰인다. 귀중한 향료인 장뇌도 얻을 수 있다. 장뇌는 녹나무의 둥치나 뿌리를 수증기로 증류시켜 만드는 기름이다. 장뇌의 강한 방향이 벌레의 침범을 막아 녹나무는 썩지 않고 보존성이 뛰어나 예로부터 왕족과 귀족의 관재로 애용됐다. 또 사찰의 목어를 만드는 최고급목재로 꼽힌다.<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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