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 편승 ‘유럽·아 맹주’ 꿈꾸다/경제 하강국면에 “내치가 더 급해”금세기말까지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려던 독일과 일본의 희망이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독일과 일본은 그동안 경제력을 바탕으로 금세기내에 정치적으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는 한편 유럽과 아시아를 석권하며 미국과 함께 세계 3강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양국은 91년 소련이 붕괴되고 세계가 탈냉전시대에 들어가면서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남게되자 경제력으로 미국을 추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이같은 전략을 추진하게 됐다. 89년 통일이 된 독일은 안보상의 걱정거리가 사라졌고 자국을 위협할 수 있는 구소련마저 와해되자 중·동유럽을 차지해 유럽의 맹주가 된다는 꿈에 부풀어 왔다. 일본 역시 가상적국인 구소련이 무너져 안보에 상당한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그동안 활발하게 진출해 터를 닦아놓은 동남아시아에 이어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석권함으로써 아시아의 패권을 거머진다는 생각을 해왔다.
양국의 이같은 구상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패배했던 과거의 치욕(?)을 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명예회복이 될 수 있고 21세기를 주도한다는 면에서 정치지도자들은 물론 상당수 국민들까지도 어느정도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양국은 그동안 패전으로 폐허가 된 경제를 완전히 되살려 경제력만으로 이미 초강대국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하지만 양국은 최근들어 경제력이 급속히 하강국면에 접어들었고 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정치력마저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양국이 자랑하는 경제가 이미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은 계속되는 저성장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 및 11%에 육박하는 실업률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는 통일에 따른 엄청난 자금이 구동독의 재건에 투자됐기 때문이다. 구서독 국민들 대부분은 이처럼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바에야 통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독일은 또 구유고 문제에 개입해 유럽에서 자국의 정치·군사적 위상을 높이려 했으나 보스니아 내전 등으로 아무런 실익도 얻지못했다.
일본도 과소비와 과투자로 경제에 거품현상이 심화한데다 주가하락과 엔화가치하락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실업률마저 치솟고 있다. 유엔평화유지군으로서 캄보디아에 파병을 하는 등 정치·군사력을 강화하려하고 있으나 중국 등 주변국들이 강력한 제동을 걸고있는 형편이다.
결국 양국은 21세기를 기약하며 경제안정 등 내치에 주력하며 주변국들의 우려와 의심을 해소하는 점진적인 외교력을 구사할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양국 정치지도자들은 앞으로 국제사회에 보다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경제문제에 관심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이장훈 기자>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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