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비리 수사 “끝내기 변수”/정치권 기류변화에 “조사” 선회/여론 불끄기 “해명성 수사” 소지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한보연루설을 주장한 국민회의 한영애 설훈 의원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17일 고소할 뜻을 시사함에 따라 김씨에 대한 조사가 한보그룹 특혜대출의혹 사건수사에 「끝내기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현철씨를 「깃털의 몸통」으로 지목하면서 소환조사를 요구해 온 야당측에 대해 『설만으로는 조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최병국 대검 중수부장이 14일 『(야당 등이)현철씨에 대해 구체적인 혐의를 통보하거나 증거를 제출하면 언제든지 불러 조사하겠다』고 밝혀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구체적인 증거 없으면 수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혀 「조사불가」쪽에 무게가 두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태도는 현철씨가 명예훼손사건의 고소인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밟는 수순을 택하게 될 것이라는 정치권의 기류가 감지되면서 1백80도 선회하기 시작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현철씨가 고소장을 제출하면 조사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밝혀 앞으로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될 것임을 사사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명예훼손의 성립여부와 현철씨의 한보특혜의혹 연루여부는 동일체의 양면』이라고 밝혀 조사가 고소내용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방침변화는 무엇보다 현철씨에게 집중된 의혹을 해소하지 않고 「수사 끝!」을 선언할 경우 배후 의혹의 불씨를 잠재울 수 없다는 상황판단의 결과로 해석된다. 여기에 검찰이 현철씨를 조사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의 아들을 「수사의 성역」으로 남겨두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국정감사과정에서 「현철씨 조사」문제가 야당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현철씨는 한보대출과 관련없다』는 수사결과를 끌어내 방어벽을 칠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의 현철씨 조사가 그의 한보사건 연루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해 줄 것으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현철씨의 경우 설만 있고 아직까지 구체적 범죄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고 보면 의혹의 단서를 세밀하게 따져가는 「추궁성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찰의 현철씨 조사가 「피의자」 아닌 고소인 자격으로 이루어지는 점까지 고려하다면 조사의 한계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따라서 고소인 자격의 한보특혜 의혹연루 조사는 「할 말이 많은」 현철씨에게 해명의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검찰 주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 야당측이 제기한 현철씨의 당진제철소 방문설과 정보근 회장과의 애틀랜타 회동설 등의 경우 증거가 없거나 동명이인을 착각한데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수사결과는 물증없이 현철씨를 공격한 야당측을 압박하는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김승일 기자>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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