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연 5조6,100억원… 단속 역부족진짜인 줄 알고 산 외국의 유명회사 핸드백이나 넥타이가 이탈리아제 가짜일 수 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탈리아제 가짜 고급품들이 국제시장을 누벼 이탈리아가 유럽 최대의 가짜생산국으로 지목받고 있다. 패션전문일간지 WWD에 의하면 이탈리아 모조방지 조사위의 니콜라 세라토판사는 『이탈리아 모조품 산업규모는 연간 66억달러(5조 6,100억원)나 되며 이 중 패션제품이 60%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산 가짜가 특히 경계대상이 되는 것은 외국에서 진짜로 둔갑해 팔릴 정도로 뛰어난 모조기술 때문. 지난해 가을 이탈리아 당국은 프라다, 구치, 페라가모, 샤넬의 모조품을 진짜보다 40% 싼 값에 일본과 싱가포르 등지로 해마다 530만달러어치를 수출해온 조직을 적발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고급품업체들은 국제경찰 인터폴, 이탈리아 경찰과 합동단속을 하기도 하고 독자적인 추적팀을 운영하며 모조품 퇴치에 전력을 기울이지만 큰 소득은 거두지 못하고 있다. 페라가모사의 페루치오 페라가모 사장은 『모조품 적발 비용을 지난 2년간 3배나 늘렸으나 가짜는 늘기만 한다』고 걱정이다. 모조품 추적팀과 변호사 비용으로 연간 500만달러를 쓰는 루이 비통사는 얼마전 한 공장에서 길이가 2㎞에 이르는 가짜 가방원단을 적발했다. 지난해엔 4,000여개의 가짜가방을 압수하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범람하는 가짜들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이탈리아가 가짜천국이 된 배경은 솜씨좋은 기술자와 가내수공업 형태의 생산공장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당국의 소극적 자세도 한 몫 한다. 프라다의 한 책임자는 『대개가 불법이민자들인 상인들을 단속하면 이들이 종래에는 범법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당국이 사실상 묵인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모조비즈니스는 더 이상 방치되기 곤란하다. 가짜산업의 배후는 현재 마피아로 추정되는데 가짜를 판 돈들이 마약과 무기밀매, 고리대금업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 세라토판사는 『고급품업체들이 값을 낮추면 가짜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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