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에 「망명의미」 발빠른 강의/한총련 간부들 노선싸고 격론도개학을 앞둔 대학가가 황장엽 망명파장에 휩싸였다. 각 대학은 북한·통일강좌 강의내용 조정·보강 방안을 검토하거나 학생운동권 세력판도 변화를 주시하며 새 학생지도방안 마련에 고심하는 등 바삐 움직이고 있다. 학생운동권은 표면적으로 황의 망명파장에 태연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동안 계속된 민족해방(NL)계열내 주사파간 노선갈등이 황의 망명으로 더욱 심화하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대는 황장엽의 망명을 계기로 기존 북한강좌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보고 강좌증설 및 강의내용 보강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서울대 국민윤리학과장 정세구 교수는 14일 『북한강좌 수업내용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학원에서 「통일정책연구」 강좌를 맡아 온 전인영 교수는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의 패배를 의미하는 황장엽의 망명은 교육적으로 엄청난 효과를 지닌다』며 『황장엽의 인터뷰 자료나 저술을 교재로 활용하는 한편 가능하다면 초빙강좌 개설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대는 이날 장충체육관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갖고 93년 귀순자 윤웅(31·경영3)씨 강의를 통해 황의 망명이 갖는 의미를 예비대학생들에게 교육했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한총련 연세대 시위·농성사태 이후 불거진 주사파 내부 노선갈등이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NL계열내에서 독자적인 노선을 표방해온 「사람사랑학생회」의 신장은 NL계열의 핵분열 초기현상으로 분석되면서 주사파의 퇴조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수배중인 한총련 핵심 간부들은 이날 각 대학 총학생회 간부들이 「한총련 집행일꾼 수련대회」를 갖기 위해 대학을 옮겨다니며 경찰과 숨바꼭질을 벌이는 동안 모처에서 북한의 대만 핵폐기물 반입결정과 황의 망명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총련의 한 간부는 『황의 망명이 알려진 뒤 「주체사상을 체계화한 사람이 주체의 나라를 떠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 의지해야 하나」라며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후배가 많아 솔직히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한양대 강성군(50) 학생부처장은 『주체사상에 경도된 상당수 운동권 학생들이 황의 망명으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학생들의 의식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지도방안을 다각도로 연구·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공안당국의 한 관계자는 『NL계열의 내연은 정통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추구하는 PD계열 등 비NL계열의 약진과 NL계열내 주사파의 결집력 강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황의 망명을 계기로 주사파의 이념적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 수배된 한총련 간부 조기검거에 주력키로 하는 등 주사파 와해에 나섰다.<최윤필·박일근 기자>최윤필·박일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