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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은 「까꾸리참외」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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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은 「까꾸리참외」 선생”

입력
1997.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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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8년 평상 제자들 별명부르며 상봉기대황장엽의 평양공립상업학교(평상) 제자들이 13일 최재경(68·15회) 동창회장의 종로5가 치과병원에 모였다. 최회장은 진료를 포기했고, 동문들은 상봉을 기대하며 추억에 젖었다.

오정주(66·15회)씨가 해묵은 사진을 가리키며 『까꾸리참외가 여기 있구먼』이라며 은사의 별명을 부르자 동문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까꾸리」는 「거꾸로」의 평안도 사투리. 단 맛보다 쓴 맛이 강한 참외 끝부분처럼 고지식한 선생이라며 제자들이 지은 황장엽의 별명이다. 황장엽은 모교인 평상에서 45년 10월부터 48년 여름까지 주산 경제학 등을 가르쳤다. 제자는 14, 15회 4백여명으로, 절반이 월남해 80여명이 생존해 있다.

이응준(65·15회)씨는 『선생은 영어 수학을 잘한다고 우쭐대는 학생에게 「미국가면 세살 아이도 영어로 말한다」 「공자 맹자는 수학공식 하나 몰랐지만 인간의 도리를 가르친 훌륭한 분이다」라고 말하는 등 겸손함을 강조했다』고 회고했다.

최회장은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지 않으면 늘 「너희들 에베레스트산이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데 왜 눈은 녹지 않는지 이유를 아느냐」는 식의 질문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47년 두달동안 남한에 있었는데 선생이 매일 출석부에 등교한 것으로 기록, 퇴학을 면했다』고 감사해 했다.

황장엽은 그러나 북한과 일본에서 제자를 모른 척 한 적이 있다. 80년대 남북이산가족 교류 당시 황장엽은 가장 아꼈던 제자 이모(70·14회)씨가 평양에 와 그를 찾았는데도 만나기는 커녕 『그런 사람 모른다』며 외면했다.<이동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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