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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의가형제’/재미만 있으면 되는가(TV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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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의가형제’/재미만 있으면 되는가(TV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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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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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미니시리즈 「의가형제」는 재미있다.실력은 없어도 인간미 넘치는 의사와 반대로 의술은 뛰어나지만 비정한 의사 형제의 갈등. 흥미로운 사건을 계속 이어주고 감각적 화면을 곳곳에 배치하는 세련된 연출. 장동건, 손창민, 이영애 등 주역들의 탄탄한 연기는 드라마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모처럼 TV에 모습을 드러낸 장동건은 성취욕에 눈 먼 냉혈한 수형역을 실감나게 연기하고 있다.

재미를 위한 이같은 장치가 제대로 작동한 덕분인가. 이 드라마는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 드라마 왕국의 명예를 오래 전에 잃어버린 MBC의 유일한 희망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재미는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는 것인가?

드라마는 중반으로 접어들며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재미」에만 눈이 멀어 가고 있다. 상식에서 벗어난 작위적인 상황 설정과 시선잡기에 급급한 선정주의적 연출태도로 재미를 「짜내고」 있다.

데려온 자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하는 수형. 그는 댄스음악을 틀어놓고 마치 게임을 즐기듯 수술을 집도한다. 분명한 성격묘사와 갈등 구조 도입을 위한 장치라지만, 지나치게 억지스럽다.

특히 수형이 복수의 방법 중 하나로 선택한 방식, 「동생으로 알고 있던 여자와의 사랑」이라는 상황설정은 자극만 따라가는 일본 드라마의 전형적인 소재라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병원은 삶과 죽음이 오가는 문턱과도 같은 공간이다. 따라서 그 곳에는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절망과 마지막까지 한줄기 삶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 있다. 따라서 의사도 절망과 희망의 가운데에 서있는 존재와 같다.

하지만 「의가형제」에서 병원은 마치 긴박함을 조장하는 「무대」에 불과하다. 여기에 의사는 마치 홍콩 영화의 주인공처럼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보여주거나 부주의로 환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존재들로 비쳐지고 있다. 더구나 여의사들은 환자보다 사랑이 우선인 것처럼 보인다. 「의가형제」의 병원에는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절망도 희망도 없다. 단지 계단을 숨가쁘게 오르내리는 분주한 발걸음만 있을 뿐이다.

재미가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시청률의 노예가 되어버린 제작진에게만 그렇다. 현실에서 벗어난 재미는 순간의 위안으로 사라져버리는 담배연기처럼 공허할 것이다. 마치 인생을 재미로만 살아갈 수는 없는 것처럼.<박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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