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주체사상은 북한의 유일종교로서 체제를 이론적 사상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버팀목이다. 곧 김일성주의―김정일주의다. 그같은 주체사상을 집대성하고 관장하는 대부인 노동당 국제담당비서 황장엽이 베이징(북경)주재 한국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한 것은 여러가지로 중요한 시사를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주체사상의 와해요 나아가 북한체제의 붕괴가 시작됐다는 신호라고 봐야 할 것이다.북한은 주체사상이 사람 중심의 완벽한 혁명이론이라고 그럴 듯하게 선전해 오고 있다. 92년 개정한 사회주의 헌법 3조에 「사람중심의 세계관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인 주체사상을 자기활동의 지침으로 삼는다」고 규정했다.
당초 주체사상은 중·소분쟁의 와중에서 중립의 자구책으로 55년 12월28일 김일성이 「주체를 확립할데 대하여」라는 연설로 시작된 이후 67년 경제적 자립, 정치적 자주, 국방에서의 자유로 발전시켰고 80년 6차당대회에서는 당규약에 「조선로동당은 오직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주체사상에 의해 지도된다」고 명시, 유일지도 이념을 채택했다. 그 과정에서 황은 주체사상을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수령이론으로 정형화했고 김일성 사망전부터 김정일의 권력세습과 우상화에 앞장섬으로써 이념적인 면에서 최고의 사부다.
그런 사부가 주체의 나라인 북한을 등진 것은 어떤 이유보다 학자적 양심 때문으로서 그가 「주민을 굶기는 것이 무슨 사회주의냐」고 한 것은 북한체제가 오직 독재국가이며 굶주릴 정도로 나라가 피폐하여 몰락이 시작됐음을 말해 준다 하겠다.
어떻든 황의 망명 실현문제는 그가 북한의 실력자이며 분단 이래 귀순을 희망한 최고위 인사라는 점에서 남북한과 한·중 및 중·북한간의 비상한 외교현안으로 부상했다.
황의 망명 실현여부는 중국에 달려 있다. 정부는 「인간은 누구든 박해로부터 보호를 타국에 청하고 또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는 48년의 세계인권선언(14조)정신, 그리고 중국이 82년 가입한 「난민지위에 관한 조약」과 동 의정서 규정에 의거, 황의 자유의사에 따라 희망한 한국으로 올 수 있게 강력한 외교교섭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미·일 등 우방에 협조를 요청하고 각국에 널리 알려 망명이 실현되도록 국제적 여론을 환기시키는게 중요하다.
국제사회의 강대국인 중국이 무모하게 황의 신병을 북한에 인도할 것으로는 보지 않지만 그들은 남북한관계, 그리고 중국내 반체제인사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 상당기간 공관에 체류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 일정기간이 지난후 서울이 아닌 제3국으로의 추방도 예상할 수 있다.
정부는 이같은 외교노력과 함께 황의 이탈을 한국측의 납치라고 억지를 부리며 보복을 공언하는 북한의 국내외에서의 도발에도 대처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붕괴 등 위기관리차원에서의 대북정책과 다각적인 준비를 서두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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