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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의 탈북(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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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의 탈북(지평선)

입력
1997.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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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개전초기인 1941년 5월, 스코틀랜드 상공에 철십자 마크가 선명한 1인승 독일전투기 한대가 나타났다. 전투기는 고도를 낮춘 뒤 조종사는 이내 낙하산을 펴고 지상으로 낙하했고 곧 영국군에 포로가 되었다. 그런데 이 조종사는 다름아닌 적국 독일 히틀러 총통의 오른팔인 부총통 루돌프 헤스임이 밝혀지자 세계는 경악했다.망명일까. 운항중 사고로 인한 긴급 피난일까. 헤스의 돌출행동에 대해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뒤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헤스는 6주후에 이루어진 나치 독일의 소련침공에 앞서 영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처칠 총리와 평화협상 담판차 낙하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돈키호테같은 그의 기행을 두고 영국에서는 망명일까, 정신이상자의 행동일까에 대한 수수께끼는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영국군에 체포된 후 헤스는 자신의 행동이 히틀러와는 협의를 거치지 않은 독자적인 행동임을 주장했고 히틀러 역시 헤스를 미친 사람이라고 평가 절하했기 때문이다.

전후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그는 87년 8월, 93세의 나이로 서베를린의 영국군 병원에서 사망하기까지 46년간을 복역했던 최장기, 최후의 전범이었다.

헤스가 수용됐던 서베를린의 슈판다우 형무소에는 처음 전범 수인 수가 600명이었는데 20년이 지나면서부터는 그 혼자만 남았다고 한다. 그래도 감시병은 항상 40명이 있었고 미·영·불·소련의 군대가 교대로 경비를 섰다. 그 한사람을 위한 형무소 경비가 자그마치 연간 60만달러나 들었다고 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인」이란 세평을 듣기도 했다.

경우는 다르지만 북한 권력서열 21위라는 황장엽이 현재 베이징(북경) 한국총영사관에서 귀순 의사를 밝히고 숨막히는 대치를 하고 있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집대성한 그의 탈북을 두고 세계는 「주체사상의 탈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북체제의 와해가 임박했다는 시그널에 대해 우리는 어떤 대비책을 세워야 할는지 생각을 진지하게 가다듬을 때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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