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식기 기다리며 해결책 찾기 고심황장엽 북한 노동당비서의 망명에 중국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황이 망명을 신청한 후 만 하루가 지난 13일 현재까지 중국의 신문과 방송들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으며 중국 외교부는 망명절차 협상을 위한 한국측과의 접촉을 기피하는 인상이다.
황의 망명사건 협상을 위해 13일 베이징(북경)에 급파된 한국정부 대표단 단장 김하중 외무장관 특별보좌관이 이날 하오 중국외교부를 방문, 협조를 요청했으나 중국측은 아직 상황을 파악중이라는 이유를 들며 공식적인 협의를 기피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측은 12일 한국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뒤 전담반을 구성, 이 사건이 자국 이익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측의 통보를 받은 이후 한동안 침묵에 가까운 무반응을 보이고 한국 정부대표단의 협상제의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중국측이 일단 이 망명사건을 자국에 불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중국은 이 사건이 동북아 안정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지도 모른다는 상황인식 아래 자국의 국가 이익이 손상되지 않는 해결책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것이다. 한국측과의 접촉에 미온적인 것도 일단 사건이 초래한 충격이 완화하도록 시간을 벌자는 계산인 것 같다.
중국측이 당황하는 데는 현재까지 중국에서 이같은 유형의 정치적 망명사건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는 사실에서도 찾을 수 있다. 처리 관례가 전무한 상태인 것이다.
12일 사건발생 직후 정종욱 주중대사는 중국외교부 탕자쉔(당가선) 부부장에게 전화로 통보했다. 그러나 중국측은 공식답변을 유보했고 외교부 실무자가 13일 상오 모종의 불만을 표시하는 항의전화를 해온 것이 직접적 반응의 전부였다. 이날 하오에서야 『남북한이 냉정하게 대처해줄 것』을 촉구하는 외교부 공식 논평을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국측은 한국측 요청에 따라 총영사관 주변에 50여명의 무장경비병을 파견하는 등 황장엽의 신변안전보호에 나섰다. 이는 한국측의 공식발표로 기정사실화한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측이 상황자체만큼은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긍적적인 행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한·중 관계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고 혈맹관계인 중국·북한관계도 재정립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이 사건은 북한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 중국측에 망명불허를 요구하는 외교공세를 펼 것이 분명한 만큼 「고도의 정치행위」에 바탕을 둔 해법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같다. 북한 체제를 지탱해 주던 주체사상 핵심인물의 망명은 중국의 대한반도정책의 시험대로 중국의 선택이 주목된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베이징=송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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