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심했던 소에도 세습 1인독재는 없었다황장엽은 망명에 앞서 지난 1월2일 자신의 심경을 담은 서신을 작성, 이를 이번에 함께 망명한 심복 김덕홍(59·여광무역연합총회사 사장·베이징 주재)에게 건넸다. 김덕홍은 평소 사업상 거래를 해오던 남한의 사업가(70·원산출신)에게 황장엽의 서신사본을 전했고, 이 사업가는 동향출신인 월간조선 기자에게 이를 전달했다. 이 서신의 주요내용을 요약했다.<편집자 주>편집자>
남북간의 대립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봉건주의 사이의 대립이다. 지금 북은 사회주의와 아무런 인연이 없다. 인민들, 노동자, 농민들, 지식인들이 굶어 죽는 사회가 어떻게 사회주의 사회로 될 수 있겠는가. 쏘련(소련)식 사회주의하에서 독재가 심했다 하지만 오늘 북에서와 같은 세습적인 1인 독재는 없었다. 후계자는 날때부터 <광명성> 으로 태어나 자기 아버지의 지위를 계승하기로 하늘이 결정한 것으로 선전하고 있다. 이들 부자들을 신격화하기 위한 형용사가 모자라게 되자 자연현상까지 <위대한 장군님> 이 사진을 찍으려 하면 비오던 날씨도 개고 <장군님> 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안개가 갠다고 하는 따위의 미신을 소위 로동당기관지인 <로동신문> 에까지 공공연히 선전하고 있다. 로동신문> 장군님> 위대한> 광명성>
북에서의 생활은 위대한 수령을 찬양하고 수령에 대한 충성과 효성을 맹세하는 것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일상화 되어왔다. 참으로 놀라운 지경이며 <위대한 장군님> 에게도 실증(싫증)이 나지 않겠는가 의심될 지경이다.… 위대한>
<위대한 장군님> 이 얼마나 교만하고 안하무인격으로 되었는가 하는 것은 지난해(1996년) 12월7일 자기 측근자들에 대한 담화를 정리하여 당조직원에 보낸 문건 가운데서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위대한>
<지금 인민들이 당중앙위원회의 지시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나의 권위때문이지 당조직들과 당일꾼들이 일을 잘하여 그런 것이 아닙니다…> …공로는 다 자기 개인의 것으로 돌리고 잘못은 다 자기 부하가 저지른 것으로 돌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그의 <위대성> 의 정체이다. 위대성> 지금>
량곡(양곡)이 약 200만톤이 모자라는데 군량미는 무조건 내야한다 하니 농민들이 자기 식량으로 남겨놓을 몫에서 3개월분을 떼서 군량미로 바치고 있다. …봉건사회라면 이 정도되면 농민폭동이라도 일어날 수 있겠지만 독재체제가 너무나 오래이고 탄압이 너무나 무자비하다 보니 북의 인민들이 자체의 힘으로 이 도탄속에서 벗어 난다는 것은 거진 기대하기 어렵다.
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실현하자면 남북간의 차이를 하늘과 땅 차이로 만들어야 한다. 남이 정치적으로 통일되고 경제적으로 인구 1인당에서 일본을 따라잡게 되면 평화 통일이 실현될 것이다. 남의 경제가 일본을 따라잡자면 정치적으로 안정되어야 하겠는데 지난 8월에는 대규모 학생소요가 일어났었고 또 이번에는 로조(노조)에서 대규모적인 파업을 일으켜 경제발전에 지장을 주고 있다.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이며 가슴아픈 것인가. …그러나 그들이 왜 그렇게 정치적으로 안둔한 행동을 하게 됐는가 생각해 보면 북의 마수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고 청년학생을 비롯한 대중관리를 소홀히 한 남의 정치인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군대를 강화하고 안기부를 강화하는 것이다.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안기부를 군대와 같이 강화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남의 정치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강한 여당을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당은 정치수준이 높으면 각계 각층을 통일단결시킬 수 있고 학생소요나 로동자들의 파업같은 것은 얼마든지 정치적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두가지 기본문제를 해결하면서 북에 대하여 옳바로 전략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가들, 지식인들, 로동자, 농민 등이 북의 침공의 위험성을 잊어버린다는 것은 야수를 앞에두고 적수공권으로 서로 싸우고 있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과오를 범하는 것이다. …북이 군국주의를 계속하여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도록 해야 한다. 북의 경제 약화를 시키는 한편 북의 인민을 구원하기 위한 운동을 광범히하게 벌여 남의 인민들이 남북간의 현실태를 정확히 인식하도록하게 함이 중요하다.
1997.1.2.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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