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는 딸아이들의 방에 가보면, 요즘 한창 인기를 누리는 대중가요 가수들의 대형사진이 사방에 걸려 있다. 사진 속의 어지럽고 현란한 옷차림과 다소 유치해 보이는 포즈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 딸들도 머지않아 「오빠부대」가 될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이들이 대중가요 가수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조금은 못마땅하다. 그 나이 때의 나도 분명히 그랬으련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이제 영락없이 기성세대의 일원이 된 모양이다.
언젠가 주변 사람에게 이 문제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그는 한 술 더 떠서 요즘 가장 인기있는 가요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리고는 『그런 것을 모르면서 어떻게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겠느냐』고 나무랐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아이들과 함께 TV가요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아이들은 완전히 음악에 몰입해서 목청 높여 노래를 따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명색이 음악평론가인 나는 도대체가 그 노래들을 따라부를 수가 없었다. 단순히 템포 때문은 아니었다. 감각의 변화 즉, 리듬감각과 언어감각의 차이에서 오는 혼란스러움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평소 나는 「노래는 곧 언어의 반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노래들은 언어가 가지고 있는 리듬감과 강약, 완급의 고유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또 이제까지의 유행가와 달리 상당히 서사적인 노랫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서사적인 노래에서 음악과 가사가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의미전달에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조사에 액센트가 들어간다든가 강박에 문장의 첫머리가 오지않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이런 부조화가 음악의 기성세대인 나에게는 아주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런 면에서는 아이들이 훨씬 자유로운 것 같다.
불과 몇년 사이에 나의 감수성이 촌스러운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노래는 언어의 반영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런 종류의 노래에 그나마 신선함을 느끼는 것은 그것을 통해 일종의 일탈의 재미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