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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만 뽑고 끝나나”/한보 비리­수사 사실상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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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만 뽑고 끝나나”/한보 비리­수사 사실상 마무리

입력
1997.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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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실세·대선주자 관련설 수사 미흡/공무원에겐 전혀 로비 안한 것 이해안돼/은행장 사법처리도 형평성 잃어한보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13일 김우석 전 내무부장관과 황병태 권노갑 의원 구속으로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최병국 대검 중수부장은 『앞으로 추가 소환될 여야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사결과 발표만 남았다는 의미다.

따라서 권력핵심이 연루된 현정부 최대의 정치적 사건으로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한보 의혹사건은 현직 장관 1명과 현역 국회의원 4명, 은행장 2명이 구속되는 선에서 사실상 끝을 맺게 됐다. 검찰은 다음주초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검찰의 조기 수사마무리는 여론의 반발과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수사가 그동안 증폭된 의혹을 규명하기에 크게 미흡하고 사법처리에도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사건의 최대의혹인 대출외압의 실체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검찰은 홍인길 정재철 황병태 의원 등을 그 실체로 지목해 구속했다. 그러나 5조원에 가까운 은행대출이 국회의원 한두명의 영향력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 한보부도이후 정치권과 금융계에 청와대 실세와 민주계 대선주자의 관련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지만 검찰은 이들을 수사할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제철소 인허가와 공유수면 매립허가 의혹도 전혀 풀리지 않았다. 검찰은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를 했지만 나온 게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태수씨가 정치인들에게는 수억원씩 뇌물을 주면서 관련부처 공무원들에게 전혀 로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검찰의 사법처리 기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구속된 7명의 혐의내용을 보면 검찰의 수사가 매우 부실하거나, 의도적으로 축소한 흔적이 역력하다. 검찰은 수사선상에 오른 7명의 전·현직 은행장중 신광식 제일은행장과 우찬목 조흥은행장 등 2명만 구속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정씨가 똑같이 수천억원의 대출을 받고도 두 행장에게만 커미션을 주었다는 검찰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홍의원이 96년에만 정씨로부터 돈을 받았고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청와대 총무수석 시절에는 받지 않았다거나, 정의원이 권의원에게 돈을 전달하기만 했다는 검찰발표도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른바 「떡값」과 뇌물의 기준도 애매하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정치인이 5,000만원 받은 것도 뉴스거리냐』고 말했지만, 일반국민의 법감정과는 동떨어진 얘기다.

결국 검찰수사가 정씨의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적 어려움도 있었지만 특정인, 특정시기, 특정금액에만 국한해 이뤄졌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검찰이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수사범위를 스스로 제한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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