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 ‘수술이 최선’/약물요법 일시적 효과뿐/‘고무줄 결찰’ 등 비수술법도/회복 느리고 재발률 높아치질(치핵)은 중년이후에 많이 발생하는 항문질환으로 배변시나 피곤할 때, 오래 걷거나 쪼그리고 앉을 때 항문속에서 살덩어리가 빠져 나온 상태라고 보면 된다. 치질은 증상에 따라 1∼4도로 나뉜다. 치료 대상은 2∼4도 치질이지만 1도인 경우도 출혈이 심하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질의 치료는 수술로 제거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치료법이 등장하면서 환자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간편하고 통증이 덜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마련이다. 치질 환자가 많고 치료법에 관한 소문도 많다 보니 먼저 치료받은 사람들로부터 굉장히 아프다는 말만 듣고 정확한 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또 돌팔이의사에게 치료를 받고 항문이 망가지는 경우도 여전히 많다.
항문 출혈이 있으면 우선 정확한 검사를 통해 대장·직장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치질의 경우 2도이상의 출혈, 괴사(썩는 현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 치료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수술치료는 3∼4일 입원이 필요하지만 과거에 비해 70%가량 통증을 줄일 수 있고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가장 정확한 치료법이다.
비수술적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비교적 경미한 치질은 고무줄로 치핵을 묶은 다음 썩혀 떨어뜨리는 고무줄 결찰요법을 쓴다. 이 방법은 통원치료가 가능한 장점이 있으나 진물이 많이 나고 냄새가 심하며 회복기간도 6주이상 소요된다. 통증이 지속되므로 계속 안정제와 진통제를 투여해야 하고, 때로는 갑작스런 출혈로 상당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 영하 89도로 결빙하거나 적외선을 쏴 치핵을 썩혀 떨어뜨리는 결빙요법과 적외선 응고요법도 있다. 경화주사요법은 주사로 치핵의 혈액순환을 차단, 괴사시켜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비수술치료는 만족도가 70∼75%수준이며 재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외래에서 통원치료가 가능한 장점이 있으나 진물 냄새 등 여러가지 증상으로 약을 먹을때가 많고 출혈 발열 등 합병증 가능성이 높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레이저치료도 특별한 치료법은 아니다. 레이저 치료는 통증이 없고 회복이 빠르며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들이 있으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여러 종류의 레이저중 Co2는 조직의 손상과 부종이 적으며, Nd-YAG는 출혈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레이저는 가격이 매우 비싸고 잘못 사용하면 역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레이저 치료는 수술시 칼 대신 레이저로 조직을 자르는 차이가 있을 뿐 특이한 치료법은 아닌 것이다. 학술적으로 확고한 이론적 뒷받침이 있는 것도 아니다. 비싼 비용을 들여 레이저만 사용하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치질은 정확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편법을 사용하면 다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항문에서 피가 나면 반드시 내시경 검사를 통해 암여부를 먼저 진단한뒤 항간의 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전문의의 정확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질 악화를 막으려면 배변후 항문 부위를 항상 청결히 하고 변비 설사 과음 등에 주의해야 한다. 약물요법으로 좌약과 먹는 약, 혈액순환 개선제 등이 이용되나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다.<박응범 이화여대 의대 교수·이대동대문병원 대장항문클리닉 소장>박응범>
◎치질수술후 관리요령/하루 1ℓ이상 물 마시고 따끈한 물에 좌욕
치질은 의학적으로 치핵 치열 치루 항문농양 등을 모두 포함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치핵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치핵이란 항문 및 직장의 정맥혈관이 울혈로 혈관종창을 이룬 상태이다. 전체 인구의 4%이상에서 확인되며, 중년층은 절반가량에서 발견될 만큼 흔한 질환이다. 증상이 없을 수도 있으나 대개는 출혈 동통 항문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원인은 치정맥의 흐름을 폐쇄시키는 간경화, 간문맥혈전, 임신, 유전적으로 약한 정맥, 변비나 설사에 의한 직장항문내압의 증가, 점막염증, 오랜 직립자세 등을 들 수 있다. 치핵의 치료에는 배변시 강한 힘을 주는 습관을 바꾸고 야채가 많은 식이요법으로 치핵의 발생과 악화를 예방하는 보존요법과 각종 비수술 및 수술요법이 있다.
비수술, 또는 수술치료후 초기에는 동통 배뇨장애 출혈 등이 올 수 있고, 후기에는 출혈 항문협착 항문농양 치루가 생길 수 있다. 통증은 특히 고무줄 결찰요법이나 치핵절제술을 받은 경우 더 심하게 올 수 있다. 그러나 통증과 배뇨장애는 24시간이 지나면 대개 좋아진다. 출혈은 약 2%에서 생기는데 시술 당일과 7∼10일경에 잘 일어난다. 시술 부위에 염증이 생겨 농양이 발생하고 치루가 생기는 경우는 1%가량이다. 따라서 시술후 심한 통증이 계속되고 오한과 고열이 나며 배뇨장애가 있으면 염증에 의한 패혈증이 의심되므로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치핵 치료후에는 우선 변비를 막기 위해 식생활을 바꿔야 한다. 하루 1ℓ이상의 물을 마시고, 섬유질이 많은 음식(채소류 과일류)이나 섬유음료를 섭취하는 게 좋다. 수술후 통증에 따른 배변의 두려움으로 흔히 변비가 생기는 데 변의가 느껴지면 참지말고 즉시 배변하고, 규칙적인 배변습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약 40도정도의 따끈한 물에 항문 부위를 씻은후 좌욕을 하면 통증을 완화하고 부종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수술후 변비발생을 막기 위해 변 완하제를 복용하면 변의 양도 많아지고 부드러워서 배변에 도움이 된다. 통증이 심한 경우 진통제나 근이완제의 복용이 필요하며, 소염제나 진통제가 들어있는 좌약과 연고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치핵 치료후에는 합병증 및 재발을 방지하는 게 중요하므로 규칙적인 배변과 섬유질 식이요법을 습관화해야 한다.<서성옥 고려대 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 일반외과>서성옥>
◎만성변비 진단과 치료/괄약근·대장운동 이상여부 검사/수술·바이오피드백 요법 등 시행
점잖은 자리에서 말하기 곤란한 고민거리중의 하나가 만성변비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5%가량은 만성변비 환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만성변비의 넓은 범주에는 1주일에 3회미만의 배변, 잔변감, 배변량의 감소, 매우 어렵게 통과하는 대변, 매우 딱딱한 대변 등이 포함된다. 이런 괴로움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만성변비를 초래하는 기능적인 원인을 과학적으로 진단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변비증상의 일시적인 해결을 위해 변비완하제나 관장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환자 자신이 자가치료를 하면서 변비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오랜 세월을 지내오는 경우가 많다.
변비 진단은 우선 최근 수개월간의 배변상황을 점검한 다음 수지검사, 대장조영술 혹은 내시경을 통해 수술후의 협착증이나 종양 등 기질적 원인을 감별한다. 대장이나 골반강, 혹은 항문 중 어떤 곳의 기능이상으로 발병했는지를 알려면 직장항문의 기능검사를 해야 한다. 80년대 후반부터 구미 각국에서 널리 시행되는 직장항문 기능검사는 만성변비나 변실금 등 기능적 배변장애의 원인을 밝히는 데 필수적인 진단법이다. 기능검사 방법에는 항문압 측정술, 배변과정 연속 촬영술, 대장통과시간 측정술, 괄약근 근전도검사, 항문 초음파촬영술 등이 있다. 이런 항목들을 적응증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용하면 골반 괄약근의 이상이나 대장의 운동기능 이상 등 배변장애의 원인을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만성변비의 치료는 과거에는 별다른 검사없이 약물 투여에만 의존했다. 그러나 직장항문 기능검사를 실시한 결과 20∼25%가량은 수술적인 치료를 통해 완치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골반과 항문에 분포돼 있는 괄약근은 사람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수의근의 일종이다. 이곳에 기능적 이상이 발생해 조절기능을 상실하면 배변에 어려움이 따른다. 기능검사를 통해 괄약근의 이상이 확인된 환자들은 컴퓨터를 이용한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 치료를 통해 효과를 볼 수도 있다.<박웅채 건국대 의대 교수·건대충주병원 일반외과 과장>박웅채>
◎대장·직장암 예방/육류 줄이고 섬유질 섭취 많이해야
대장·직장암은 동물성 고기와 지방을 많이 먹는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 반면 야채 등 섬유질을 많이 먹는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는 발생률이 낮다. 이들 지역간 발생률의 차이는 무려 32∼50배나 된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도 식생활이 서구화하고 육류 및 가공식품의 섭취가 늘면서 대장·직장암의 발생이 급증하고 있다.
대장·직장암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오랜기간 대장·직장의 점막세포에 작용해 발생한다. 어떤 것은 근본원인으로 작용하고 어떤 것은 암발생과 성장을 촉진한다. 반면 대장·직장암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억제하는 것도 있다. 동물성 지방과 육류를 많이 먹으면 담즙산의 분비가 많아지고 포화지방산이 많이 생성된다. 이들은 대장내 세균과 작용, 대장의 점막세포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의 원인이 된다. 고기나 생선을 불에 구울 때 검게 탄 부위에는 4∼5개의 강한 발암물질이 생긴다.
참깨기름 등 식물성 기름과 생선의 지방질은 대장암 발생과 관련이 없다. 도정을 덜한 쌀 밀 등의 곡류와 신선한 채소 과일에는 섬유질이 많아 대변량을 많게 하고 배설을 촉진시켜 대장암의 발생을 예방한다. 신선한 황록색 야채와 과일에는 비타민C 베타카로틴 등 암발생을 억제하는 물질이 풍부하다. 멸치 요구르트 저지방우유 등에 많은 칼슘은 담즙산의 독성을 감소시키고 대장암의 발생을 억제한다. 적당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위장관의 운동을 원활히 해 장관내 물질의 배설을 촉진하고, 대장암 발생의 위험을 줄여준다.
따라서 대장·직장암의 발생을 예방하려면 다음과 같은 생활태도를 갖는 게 중요하다. 첫째, 동물성 육류는 하루 필요 칼로리량의 15%이내로 줄이고 나머지는 생선 식물성기름으로 대치한다. 둘째, 고기나 생선은 불에 타지 않게 조리하고, 탄 부위는 먹지 않는다. 셋째, 시간이 오래 지나면 암으로 변하는 비특이성 염증성대장염, 크론씨 대장염, 가족성 대장용종증 등의 질환은 조기에 근본적인 치료를 한다. 넷째, 도정을 덜한 곡류와 황록색야채, 과일, 칼슘과 비타민D가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는다. 다섯째, 매일 적당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술은 과음하지 않는다.<민진식 세브란스병원 암센터원장·객원편집위원>민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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