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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실력자 못만난채 “빈손 귀국” 궁지에/도쿄에서의 황장엽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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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실력자 못만난채 “빈손 귀국” 궁지에/도쿄에서의 황장엽 행적

입력
1997.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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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 언급없이 알듯 모를듯한 발언황장엽(74)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일본에 체류했다.

27명이란 대규모 방문단을 이끌고 온 그의 행적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4일 국제문제연구협회(회장 무샤코지 기미히데·무자소로공수) 주최로 열린 월례연구회에서의 발언이었다.

당초 「21세기를 향한 동북아시아의 전망―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입장」이란 강연을 할 것으로 소개됐지만 그는 전혀 엉뚱하고 추상적인 역사·윤리철학론을 늘어놓아 참가자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그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삶의 태도, 가치관, 인생의 길 등 무엇이 옳고 그른가』 등 질문과 함께 칸트까지 들먹이며 『순수이성보다는 실천이성이 위다』라는 등 알 수 없는 말을 많이 했다.

그의 일본 방문명목은 조선사회과학자협회 중앙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2월7∼9일 도쿄(동경)에서 열리는 국제세미나에 참석한다는 것이었다.

「21세기와 인간의 지위에 관한 국제세미나」라는 제목의 세미나는 실제로는 국제주체사상연구소가 주최한 주체사상의 국제선전행사로 김정일의 55세 생일(2월16일) 축하행사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의 실제 목적은 일본 정부와 자민당 고위관계자들과 만나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와 추가 식량지원을 요청하는데 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지난달 벳푸(별부) 한일정상회담에서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총리가 김영삼 대통령에게 『정부로서는 황장엽과 만날 생각이 없다』고 약속, 정부측과의 회담이 어려워지자 자민당 방문을 타진했으나 이것도 무산됐다.

결국 그는 일본의 주요 인물과는 누구도 만나지 못해 일본 언론들이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일본 공안조사청 관계자는 『도쿄 행적에서는 망명을 하리라는 기미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며 『모두가 베이징(북경)에서 이루어진 일로 보인다』며 일본측의 관여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도쿄의 한 소식통은 『중국에 황의 숨겨둔 딸이 중국국적을 가진채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망명의 한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의 망명소식이 전해지자 도쿄의 관계자들은 일본 체류기간중 일본의 누군가의 협력을 얻지 않았을까 하는 점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도쿄=신윤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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