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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띄우는 승부수(한국의 30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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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띄우는 승부수(한국의 30대:7)

입력
1997.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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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나도 사장” 창업 열풍/“샐러리맨은 그만” 야심찬 마이웨이/명퇴·정리해고 세태속 ‘필수’ 코스로/반짝 아이디어로 틈새시장 겨냥/유통업·컴퓨터관련업·서비스업 인기30대에게는 「비상」에의 욕망이 있다. 「탈샐러리맨」이야말로 대부분의 30대 직장인이 꿈꾸는 비상의 목표이다. 그것이 20대부터 간직해왔던 꿈이든 서른몇살의 나이에 갑자기 닥쳐온 상황때문이건 그들에게 창업은 지극히 현실적인 유혹이다. 많은 30대가 주어진 현실을 거부하고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다시 한 번 인생의 승부수를 띄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샐러리맨과 오너. 만들어진 틀에 몸을 맞춰가야 하는 입장과, 틀을 직접 만들어가는 입장 사이에는 부인할 수 없는 삶의 양태의 간극이 존재한다. 창업이야말로 바로 그 간극을 한순간에 뛰어넘는 매력적인 「도박」이다. 그래서 30대들의 가슴 한 구석에는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야심찬 오너로 변신하려는 열정이 늘 꿈틀댄다. 그들은 이제 막 직장생활에 적응하려 정신차릴 겨를이 없는 20대나 세월에 떠밀려 어쩔수 없이 봉급쟁이 생활을 감수해야 하는 많은 40대와는 다르다. 대개 기업의 중간관리층으로 성장한 30대들은 일에 대한 경험도 웬만큼 축적돼 있는데다 만만치않은 야망과 모험심도 아직은 채 사그러들지 않은 상태이다.

그렇긴해도 예전에는 30대에게도 창업은 선택과목에 가까웠다. 그러나 명예퇴직·정리해고제 등으로 인한 최근의 고용불안은 창업을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코스로 만들어 가고있다.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전시장에서 열렸던 「97 창업박람회」에는 무려 2만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그들중에는 40, 50대의 명예퇴직자들도 적지 않았지만 2,000평이 넘는 드넓은 전시장을 메운 것은 대부분 30대 직장인들이었다. 그들은 81개 참여업체들이 차린 부스를 일일이 들러가며 사업설명회를 경청하고 열심히 메모해댔다.

요즘 30대 직장인들에게 인기있는 창업업종은 유통업, 컴퓨터관련업, 서비스업 등이다. 제조업은 자본금이 많이 들고 자금회전이 느린 반면 이들 업종은 창업자금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데다 무엇보다도 아이디어로 승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종분화로 인한 틈새시장이 많이 생겨나면서 유통업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70년대 인기창업업종인 무역업을 80년대 들어 제조업이, 90년대에는 유통업이 잇고 있는 것이다.

2억원대의 연봉을 걷어차고 92년 창업한 한정록(38)씨는 교육서비스사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경우. 80년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그해 동양맥주에 입사한 그는 유공, 한신증권, 영국계 증권사를 옮겨다니다 「나만의 생각과 능력, 개성의 나래를 펴기위해」 동료와 함께 어학전문회사인 (주)홍익미디어를 차렸다.

외국인회사 경험을 밑천으로 사업을 시작한 그는 3년만에 교육방송(EBS) 17개 전과목의 외국어 회화교재를 제공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출판부의 세계적 영어교재 「ELT(English Language Teaching)」의 국내독점권을 따내는 등 홍익미디어를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그는 최근 새 어학전문회사인 「홍익FLT(Foreign Language Teaching)」를 창업, 사업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직장에서 나름대로 탄탄한 기반을 닦은 이호종(36)씨와 김모(39)씨는 각각 유통업과 서비스업에 뛰어든 「용감한」 30대들. 이씨는 지난달 10년간 근무하던 H사(수산회사)를 나와 (주)협진통상이란 간판으로 이전에 아무도 해본 적이 없는 신업종에 뛰어들었다. 이씨의 사업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화장·성형수술 등도 해보도록 하고 여성고객에게 필요한 기초화장품, 미용관련제품, 여성잡화 등도 파는 이른바 「종합뷰티 갤러리」. 월 450만원의 수입을 내다본다는 그는 체인점을 모집해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씨는 『경제가 어려울 때가 창업의 기회라는 생각에 지난달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 계열사인 S회사에 다니던 김씨의 「마이웨이」도 독특하다. 그는 입사 초기부터 독립을 꿈꿔왔으나 아내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다 최근 사진합성·복원 등을 전문으로 하는 포토 갤러리를 차리기로 했다. 아내 전모(37)씨는 『창업을 한다며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정보를 수집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그 정도면 성공할 것」같아 창업을 「승낙」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장을 꿈꾸는 30대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창업을 안내하는 강좌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가 89년이후 9년째 개설중인 창업예비학교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창업스쿨, 중소기업은행의 주요도시 순회강좌 등은 대표적인 인기 상품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윤종훈 연수운영부장은 『요즘 30대의 창업열기는 마치 용광로와 같다』며 『올해는 중소기업청과 연계해 보다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창업강좌의 질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창업전문 해외여행상품까지 등장했다. 4박5일간 일본의 신종 업종을 둘러보는 이색상품을 기획한 H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 각광받고 있는 100여 가지의 신종사업중 우리 현실에 맞는 30여 가지를 골라 여행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30대의 창업붐은 국내현상만은 아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30대의 창업은 늘어나고 있다. 경제·사회구조가 복잡해지고 고도화함에 따라 틈새시장의 영역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지 최근호에 따르면 젊은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사업영역은 VIP행사대행업, 인터넷프로그램 개발, 온라인쇼핑, 데이터뱅크, 전자광고업 등 주로 자본보다는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 있는 첨단 업종들. 노르만 렌트롭 출판사가 젊은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이들의 창업동기는 「독립」이 65.7%로 가장 높았다.<서사봉 기자>

◎성공시대/텔슨전자 김동연 사장/10년 직장 박차고 나와 자본금 3억원으로 설립/국내 첫 광역삐삐 개발/대기업들도 깜짝

국내 무선호출기 시장에 일대변혁을 몰고온 「광역삐삐」는 평범한 30대 샐러리맨이 내린 변신의 결단에서 비롯됐다. 광역무선호출기를 처음 개발한 텔슨전자의 김동연(38) 사장은 5년전만해도 통신기기회사 맥슨전자에 다니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가 사표를 낸 것은 91년 9월. 『10년동안 한 눈 팔지 않고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올 때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그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무실을 차리고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11명의 「동지」들을 규합했다. 창업자금은 주식투자로 모은 1억3,000만원, 친지로부터 빌린 1억원, 퇴직금 등 3억여원.

사업의 착안점은 대기업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어디엔가 분명히 틈새가 존재한다는 것. 이 틈새시장에 대한 저돌적인 공략이 그의 사업전략이었다. 그래서 그가 처음 만든 상품은 과감한 디자인에다 계산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첨가한 최고급 유선전화기였다. 당시는 대부분의 전화기 제작회사들이 무선전화기개발에 혈안이 돼 유선전화기 시장에서 발을 빼는 상황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텔슨전자가 내놓은 피라미드 모양의 전화기는 생산 즉시 날개 돋친듯 팔려 60만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업 기반을 닦은 김사장은 다음 사냥터인 무선호출기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이번에도 업계를 발칵 뒤집을만한 파격적인 제품의 개발을 구상했다.

2년뒤인 95년 그는 마침내 국내서 내로라는 대기업들을 제치고 전국 어디서나 통하는 광역무선호출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콜럼버스의 달걀」같은 발상의 전환을 무기로, 회사 자본금에 육박하는 투자비를 아낌없이 쏟아부어가며 과감한 승부수를 띄운 결과였다.<서사봉 기자>

◎쏟아지는 창업상품들/“창업의 모든 것 여기에 있다”/창업서적·창업학교·창업박람회·창업여행까지 알짜정보 수두룩

「창업서적에서 창업학교, 창업박람회까지」

30대 예비창업자들을 위한 창업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조기퇴직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 불안한 현실속에서 「내일의 사장」을 꿈꾸는 많은 30대들에게 이들 창업상품은 소중한 길잡이이다.

가장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각종 창업학교들. 이중 한국생산성본부가 이미 9년전부터 운영해 오고 있는 창업예비학교는 직장인들을 위해 저녁에 하루 3시간씩 10일간의 강좌를 통해 창업지원제도와 관련법규 창업절차 세무·인력관리 등 창업에 관한 거의 모든 내용을 다루고 있다. 초보 예비창업자들에게는 필수코스로 알려져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주말에 개설하는 창업스쿨과 중소기업은행이 매년 5차례 전국 주요도시를 순회하며 열고 있는 창업산업강좌에도 예비사장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23∼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전시장에서 국내 처음으로 열린 창업박람회는 우량체인점 개설 사업설명회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창업안내로 큰 호응을 얻은 상품.

책이나 전화, PC통신을 통한 창업안내 역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중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함께 최근 펴낸 창업안내서 「창업 이렇게 한다」는 창업관련 각종 인·허가 절차와 신청요령 구비서류 등 업종별 창업절차를 자세히 소개, 눈길을 끌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개통한 자동응답서비스(509―7400)나 한국사업정보개발원이 천리안과 포스서브 등 PC통신을 통해 제공하는 창업정보도 인기다.

한편 (주)하이터치여행컨설팅이 22일부터 5일동안 실시하는 창업여행도 참신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신종 상품이다. 명예퇴직자나 예비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이틀간 국내에서 창업관련 워크숍을 가진 뒤 3일동안 일본 도쿄(동경)를 방문, 라면체인점 보디숍과 같은 소규모 비지니스업종과 운영방식을 살펴보도록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다.<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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