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 겹쳐 경제논리 설땅 잃고 실종/“이대로 방치하면 회복불능” 여론 높아/정부·기업·가계 한마음 팔걷고 나서야『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경제를 추스르자』, 『지금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입게 된다』
추락하고 있는 한국경제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세계경기는 올들어 모두 호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한국경제만 죽을 쑤고 있어 선진국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은 지금 80년대이후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고 유럽 일본 동남아국가 등의 경제도 올들어 크게 호전되고 있다. 경쟁국들은 뜀박질을 하고 있는데 이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할 한국은 오히려 뒷걸음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준경 연구위원은 『우리경제가 이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이유는 경제논리의 상실에 있다』며 『지금이라도 위기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경제는 지금 참담한 상황이다.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최악의 경제불황에서 설상가상으로 한보사태가 터져, 「한국경제호」가 주저 앉을 위기에 처해 있다. 경제문제 가운데 올들어 개선기미가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다. 성장률 국제수지 실업률 주택문제 설비투자 등 전부문이 동시에 악화하는 「총체적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률은 지난해 6.5∼7%에서 올 1·4분기에는 4%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들어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1월중 무역수지적자는 월별 최고치인 34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부동산시장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시장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80년대말과 같이 전세파동으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업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새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자수가 1월중 53만여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당국이 발표하는 실업자는 「1주일에 1시간의 일자리도 없는 사람」이어서 실질적인 실업자는 성인기준으로 이미 100만명이상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제의 견인차역할을 하는 대기업의 설비투자는 17년만에 최악이다. 국내 200대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계획치는 38조8,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1% 줄어든 수준이다. 이같은 감소폭은 79년 「10·26사태」로 정국이 혼미했던 80년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이같은 경제문제들이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정부의 경제팀은 속수무책인 상태다. 정부당국자들은 부동산값 폭등으로 서민가계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데도 몇개월째 『일시적인 현상이다』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다』는 등의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고작 세무당국을 동원하여 투기행위를 단속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먹혀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문제도 마찬가지다. 한보사태로 중기의 경영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당국은 계속 허둥지둥대고만 있다. 한승수 경제부총리는 이와 관련, 관계부처장관간담회(10일) 금융기관대표자간담회(11일) 건설업계대표자간담회(12일)를 갖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정부는 6조원의 통화를 공급하는 등 시중에 자금을 충분히 풀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와 아무 관련없는 중소기업들도 한보사태 발생전에 썼던 자금규모조차 일선 금융기관에서 빌리기가 어려운 상태가 됐다. 여기저기서 부도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의 아우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돈은 많이 풀렸는데 그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범국가적 차원의 종합처방이 시급한 상황이다.<이상호 기자>이상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