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근정재철홍인길 “커넥션”/정치권 주변과 연결고리 노릇/로비·뇌물전달 매개역할까지신한국당 홍인길, 정재철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로 「한보―정치권 커넥션」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검찰수사 결과 이들은 한보의 정치권 로비의 연결고리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정의원은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의 부탁으로 국민회의 소속 의원들의 국정감사 발언을 무마해달라며 권노갑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당은 물론 야당에까지 로비와 뇌물전달의 대리역할을 해온 것이다. 홍의원을 한보에 소개한 사람도 정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홍·정의원이 권의원 외에도 한보측의 청탁과 뇌물을 매개한 정치인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검찰이 홍·정의원의 역할에 주목하는 것은 이들의 경력과 학맥 때문.
우선 홍의원은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언론과정 출신으로 한보 정보근 회장과는 고려대 대학원 동문이다. 정회장은 고려대 동문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이들을 로비상대로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보측이 홍의원에게 집중 로비를 편 이유는 홍의원이 김영삼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정·관계는 물론 금융계에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홍의원은 김대통령의 야당시절부터 「상도동계」의 집사장 역할을 해왔고, 총무수석시절에는 각종 민원해결의 창구노릇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장들도 홍의원의 대출청탁을 곧 「지시」로 받아들일 만한 위치였기 때문에 한보로선 「약발」이 먹히는 로비상대를 정확히 잡은 것이다.
정의원은 한보 정회장과 동국대 동문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원이 뇌물을 대신 건네준 국민회의 권의원도 동국대 출신. 동국대 출신 여권 대선주자 C의원이 「한보리스트」에 주요 인물로 오르내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와 함께 정의원이 은행장출신 재경위원으로 은행 대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점도 정씨의 역할을 추정케 하는 부분이다.
검찰이 10일 홍·정의원과 함께 정보근 회장을 불러 조사한 것은 정보근―정재철―홍인길을 축으로 하는 한보와 정치권커넥션의 실체를 밝혀내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이 홍의원 이상의 민주계 대선주자 등 핵심실세들에게까지 수사의 칼날을 들이댈지는 의문이다. 이미 검찰 내부에서는 국민여론과 정치적 계산 사이를 오가며 사법처리의 「줄타기」를 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한보의 돈을 받은 정치인이 너무 많아 고민』이라는 검찰 수뇌부의 말이 이같은 분위기를 대변한다. 현재 검찰이 확인한 돈받은 정치인은 30여명선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중 사법처리 대상 정치인은 이 날 구속된 홍·정의원 외에 많아야 3, 4명선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여야 의석비율을 의식, 사법처리 대상자를 신한국당 2, 3명, 국민회의 1, 2명, 자민련 1명선으로 정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김대통령은) 팔 다리를 잘라내는 아픔을 겪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수사대상 정치인중 대선주자는 없다』고 말해 정치인 사법처리가 일정한 선에서 마무리될 것임을 시사했다. 최병국 중수부장도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사안(사법처리가 어렵다는 의미)을 다 수사할 수는 없다』고 말해 이같은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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