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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과 책임(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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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과 책임(지평선)

입력
1997.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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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통상산업부를 비롯한 정부 각부처가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는 일반 국민들까지 다 아는 일이다. 관련업계와 일부 여론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정부는 이를 묵살했고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진출허용 방침이 관철됐다.현대그룹이 그룹의 운명을 걸겠다면서 기를 쓰고 추진하던 제철사업 진출 방침이 어떻게 됐는지도 다 아는 얘기다. 통산부는 공업발전심의위의 사전 개최 등 변칙적인 처리과정을 무릅써 가면서 현대의 투자를 좌절시켰다.

우리 정부의 시장개입 정도는 세계 1위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도 더 정부개입이 심하다고 한다. 국가경쟁력강화민간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한국의 국가경쟁력)에 따르면 공장설립과 관련한 인허가서류의 경우 우리는 평균 44.2개로 중국의 9.6개, 동남아의 25.6개, 선진국의 6.5개에 비해 최고 7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이런 정부가 한보에 대해서는 모든 부처가 하나같이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을 하고 있으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5조원이라는 돈이, 그것도 담보가 부족하고 은행 자체의 동일인 여신한도까지 어겨 가며 나가자면 거쳐야 할 규제가 아마도 수백가지는 됐을 것이다. 공장을 짓는 것도 마찬가지다. 조그만 공장을 하나 세우는데도 수십가지 인허가가 필요한데 100만평이 넘는 거대한 공장을 설립하는데는 무수한 인허가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현대 삼성이 하는 일에 하라 마라 개입한 정부가 한보같이 작은 재벌이 거창한 국가기간산업을 한다는데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라고 놔뒀을 리도 없는 일이다.

한보의혹을 성역없이 조사한다는 정부가 이렇게 뻔한 곳에 노출돼 있는 의문 점을 못 본체 그냥 지나쳐 가는 것은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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