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초대 민선시장이 된지 어언 1년반이 지났다. 광주는 예향이자 의향이며 민주화의 성지이다. 광주의 시장을 맡고 있는 필자로서는 민주주의의 뿌리인 지방자치의 올바른 실천에 관심과 열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방자치를 바르게 실천하려다보니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민주주의가 하루 이틀에 성숙될 수는 없다. 상당기간 교육·훈련하면서 시행착오도 겪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시간에만 맡길 수는 없다. 뜻있는 사람들이 공동노력해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이 땅에서는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10시민항쟁 등등…, 목숨을 걸고 투쟁해서 민주화를 쟁취하려는 노력들이 계속 이어졌다. 민주주의와 지방자치가 내실있게 정착되려면 각계각층의 폭넓은 관심과 분발이 요구된다. 작은 일부터 하나하나 민주적인 방식으로 해결해 자치능력을 쌓아가야 할 때이다.
지방행정을 꾸려나가는 과정에는 반드시 이해당사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해당사자들의 동의를 얻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다. 시책이나 사업으로 인한 피해나 불편이 크면 클수록 동의를 얻기가 어렵다. 지방자치가 본격화하면서 쓰레기매립지나 화장장 공원묘지 등 주민기피시설의 입지선정문제로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필자가 그동안 시정을 펼치면서 느껴왔던 공직자와 주민들이 갖춰야 할 자세들을 정리해 본다.
첫째 행정기관이 주민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매사를 공개적으로 신중하게 처리하고 겸손·진실해야한다. 어떤 경우라도 거짓을 없애고 의심받거나 오해받을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 아직도 주민들이 관을 불신하고 더러는 적대시하기까지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필자 자신부터 오랜 관료생활을 통해 부지불식간에 관료주의근성에 물들거나 오만해진 것은 아닌지 자성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같다.
둘째 주민들도 고쳐야 할 점은 있다. 매사를 긍적적으로 보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역사를 통해 우리 국민은 너무 오랜기간 부정과 저항에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관에 억눌려 착취당하던 시대에는 행정기관에 저항하는 것이 민권운동이었다. 일제치하에서는 그것이 애국·독립운동이었고 건국후 독재시대에는 민주화운동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저항하고 반대하며 투쟁하는 의식은 꽤 높은데 참여해 실천하고 협조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민주·자치를 생활화하는 데는 부족한 점이 많은 것같다.
매사를 처리하는데 감정을 앞세우거나 이해에 급급하지 말고 이성과 양심을 바탕으로 일을 합리적이고 의롭게 해결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사익보다는 공익을 앞세우고 큰 이익을 위해 작은 이익을 양보하되 적절한 보상을 받게 해야 한다. 선인들은 경리중의를 선비정신의 제1덕목으로 실천해왔는데 근래에는 경의중리라는 천민자본주의 근성이 너무 넓게 퍼져 있다. 자유와 권리만 누리려 하고 책임과 의무를 외면한 적은 없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셋째 민관 모두 자기주장만 하지 말고 역지사지의 정신을 갖춰야 한다. 외고집이나 억지를 부리지 말고 순리에 따라 대화하고 설득하며 인내하고 양보하며 타협하는 미덕을 배워야 한다. 최선이 안될 때는 차선으로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문제가 있을 때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고 소신을 밝혀야 한다. 말해야 할 때 침묵해서는 안된다. 나무랄 것은 가차없이 나무라고 잘한 일에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리하여 올바른 사회여론, 즉 공론을 형성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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