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홍인길 의원과 국민회의 권노갑 의원이 한보로부터 검은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우리 정치의 부정적인 한 단면인 가신정치가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우리가 익히 아는바와 같이 신한국당의 홍의원은 김영삼 대통령의 인척이자 측근비서 출신이고, 권의원도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대리인」이라 할 정도로 그와 정치적인 역정을 함께 해 온 분신이다.이런 인사들이 부정직하고 부패한 기업인으로 소문난 정태수씨의 재벌놀음에 연루되어 그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 정계도 이제 뼈를 깎는 자기쇄신의 과정을 맞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본다.
주지하는바와 같이 가신과 보스와의 관계는 충성심 하나로 연결되는 특이성을 갖고 있다. 또 가신정치는 비공식 관계에서 이뤄지는 정치형태다. 따라서 가신정치하에서의 권력의 사유화 우려 때문에 그 폐해가 곧잘 지적돼 왔다. 야당과는 달리 여당의 가신정치 폐해가 더욱 문제시되는 이유는 공권력의 사유화 우려 때문이다. 모든 일이 힘이 실린 이들 가신들과의 밀거래로 결정되면서 공적인 체제는 붕괴를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측근가신인 홍의원에게 과연 누가 「초선」대우를 할 수 있을 것이며 국민회의 경북지부장인 권의원을 어느 당직자가 홀대할 수 있겠는가. 흔히 측근 가신들은 모든 사물을 보스의 취향이나 생각에 포커스를 맞춰 판단하기 때문에 때로는 진실이 왜곡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이들이 인의 장막을 구축, 자의적으로 민의를 왜곡하는 날이면 폐해는 극대화한다. 이로써 야기되는 국정의 난맥상을 우리는 과거역사에서 충분히 경험한바 있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사에는 가신정치가 불가피한 시절도 있었다. 예컨대 과거 민주화투쟁 과정에서는 정상적인 정치조직을 가동시킬 수 없는 여건 때문에 특별한 충성관계로 맺어지는 이른바 「가신그룹」을 운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우리의 정치구조가 지역할거구도라는 측면에서도 이 가신정치는 청산이 어려웠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민정부가 수립되고서도 예의 가신정치가 청산되지 못한 것은 3김씨라는 우리 정치 특유의 보스제도 때문이라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소회다. 정치판의 주역들인 이들이 저마다 출신지역을 배경으로 정치를 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지역에서는 이들 지역 맹주들의 공천을 받지 못하면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가 없었다.
정치권도 차제에 빅뱅의 자세로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낡은 것은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언제까지 정치권이 3김정치와 가신정치의 볼모로 남아 있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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