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때 재학” 인정 고려대서 명예졸업장/“일 압력에 중퇴 강제유학”/빛바랜 사진 한장이 입증1936년 베를린올림픽의 마라톤영웅 손기정(85)옹이 영원한 고대인이 된다. 고려대는 10일 이 대학 전신인 보성전문에 손옹이 다녔던 사실을 인정, 28일 명예 경영학 학사학위를 수여키로 했다.
「민족사학 고려대」 대신 「메이지(명치)대학」출신으로 알려져온 손옹은 일장기를 달고 뛰어야 했던 한과 함께 60년동안의 응어리를 풀 수 있게 됐다.
고려대가 개교 이래 처음으로 일제시대와 한국전쟁기간 재학중 졸업하지 못한 동문들에게 명예졸업장을 주기로 한 것은 지난 해 4월. 학교측은 9개 단과대에 대상자를 선정토록 했다. 경영대(학장 신수식)는 보성전문 상과를 다녔다는 본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고대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손옹의 기록을 찾기 위해 30년대 학적부 등을 이잡듯이 뒤졌으나 허사였다.
그러다가 지난 연말 소중한 사진 한 장을 입수했다. 손옹 등 육상선수 5명이 「보전」이라고 씌어 있는 유니폼을 입고 찍은 사진이었다. 학교측은 수소문 끝에 함께 사진을 찍은 4명중 생존자 1명으로부터 손옹의 재학사실을 뒷받침할 증언을 들었다. 지명수 학적과장에 따르면 증언자는 『올림픽에서 우승한 손기정이 민족정기를 고취할 수 있다며 일제가 압력을 가해 학교를 중도 포기하고 메이지대 법과로 강제유학을 떠났다』고 증언했다.
그동안 손옹은 1937년 양정고보 졸업후 1940년 메이지대 법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동맥경화증을 앓고 있는 손옹은 현재 일본 요코하마(횡빈)에 있는 장남 손정인(54)씨의 집 인근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정인씨는 명예 학사학위 소식에 『아버님이 어쩔 수 없이 일본유학을 해야 했던 쓰라림을 씻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로써 고려대는 96년 졸업한 바르셀로나(92년) 올림픽 마라톤우승자 황영조(27·고려대 대학원 학생회장)씨와 함께 2명의 금메달 마라토너동문을 갖게 됐다.<서사봉 기자>서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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