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주주 보호·증자억제 정책도 ‘흔들’지난 6일 한화종합금융과 미도파의 사모전환사채(CB) 발행에 대해 법원이 상반된 판결을 내림에 따라 국내 기업인수·합병(M&A)시장이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M&A를 무력화할 수 있는 사모CB에 대해 법원이 「의결권 인정」과 「발행금지」라는 엇갈린 판결을 동시에 내림에 따라 국내에서 적대적 M&A가 존속할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금까지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M&A관련주식을 매입해온 투자자들도 이번 판결이 적대적 M&A에 대한 「사망선고」인지, 「면죄부」인지를 가늠하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다.
특히 이번 판결로 CB를 기습적으로 발행한 한화종금은 판정승을 거둔 반면 사전에 사모CB 발행검토를 공시한 미도파는 판정패, 앞으로 공시회피-은밀한 CB발행 등 증권시장의 「질서파괴」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동안 증시에서 가장 우선시돼온 「주주보호」원칙 역시 이번 판결로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다수의 소액주주보다는 사모CB를 매입한 3개 법인의 안전이 우선시됐기 때문이다. 한화종금은 사모CB를 이미 발행, 주식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이를 무효화할 경우 거래자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으나 미도파는 아직 발행전이기 때문에 이를 금지할 수 있다는게 양사의 운명을 가른 판결의 요지였다.
그러나 한화종금이 발행한 사모CB는 삼신올스테이트 등 우호세력 3개사에서 인수, 전환주식이 증시에 상장되거나 유통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무효화해도 3사를 제외한 일반투자자의 피해는 전혀 없다는게 증권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사모CB에대한 의결권 인정으로 소수주주들은 권리행사 기회를 원천봉쇄당하고 주가하락 등 손해를 입게 됐다는 것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한화종금 사모CB의 의결권이 인정됨에 따라 경영권을 가진 기존 대주주에게는 무제한적 권한이 부여되는 반면 소수주주들은 경영진의 부실경영을 문책할 기회를 완전히 박탈당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주식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수주주들로서는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무능한 경영진을 물러나게 할 방법이 없어진 것이다.
증권거래소 이준섭 박사는 『한화종금 사모CB의 경우 회사 경영진이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발행한게 분명한데도 이같은 정황은 무시한채 발행전후를 기준으로 판결을 내린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공정한 M&A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수주주를 보호하려던 재경원의 증시정책도 물거품이 됐다. 금융기관의 증자를 억제해왔던 재경원의 금융정책이 일단 사모CB를 발행만 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례로 인해 근본부터 흔들리게 됐기 때문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사모CB가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변칙적인 경영권방어 수단인 동시에 지분율 희석이나 주가하락으로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기 때문에 법원의 이번 결정과는 별도로 추후 사모CB에 대해 일관성있는 규제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모CB◁
발행후 6개월이 지나야만 주식 전환청구가 가능한 공모CB와 달리 발행 즉시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하며 CB인수자를 지정할 수 있는게 특징이다. 발행 즉시 주식전환이 가능한 사모CB는 신주발행과 다름없는 증자효과를 가져온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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