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변 훈련 부족/옛부터의 습성 배어 끝마무리·돈문제 대충/한보사태 구린내 낳아한 세대쯤 전의 나는 외국 명사가 김포공항 도착 즉시 한국의 인상을 묻는 기자들에게 『…하늘이 아름답다』라고 답하던 그 말을 순진하게 믿었는데, 그 뒤 해외에 나가보니 그 곳도 우리 못지않게 하늘이 아름다웠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당시의 헐벗은 산천초목과 보잘 것 없는 건축물, 그리고 한강과 김포평야를 진동하는 대변냄새에 질린 그 명사가 그나마 예의를 갖추느라고 「하늘」을 들이댔구나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고래로 대소변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구한말 한국을 다녀간 서양사람의 기록을 보면 서울 시내 뒷골목과 실개천에는 대변이 널려 있어 악취가 말도 못한다는 구절이 있다. 옛날 도시 주택에서 변소는 마당 한구석에 움막형태로 있었으며, 한여름 서너살 이하의 아이들은 농촌과 도시 모두에서 대개는 바지 없이 윗옷만 입고 서성댔었다. 아이들이 방안에 흘리는 대소변은 걸레로 훔치거나 『워리!』하고 개를 부르는 것으로 해결하였고, 시골집 방안 돗자리 밑으로 샌 물기는 온돌 덕택으로 증발해 버리니 귀찮지가 않았다. 그래서 두서너살짜리들은 「대소변 가리기」를 엉성하게 받는둥 마는둥 하고 컸다.
반면, 서양은 고래로 수렵사회라서 사냥꾼인 인간이 동물 배설물을 보고 소재를 파악하듯 동물 역시 사람들 배설물로 낌새를 알아차렸기 때문에 서양인들에게는 배설을 몰래한 뒤 곧 덮어 없애고 냄새나지 않게 하는 습성이 배게 되었다. 또 온돌 대신 깐 카펫의 얼룩과 냄새를 피해 이들은 아이들의 대소변 가리는 훈련을 혹독히 시켜 왔다. 일본도 온돌이 없는 다다미를 쓰기 때문에 아이들 훈련에 신경을 썼다. 그래서 이렇게 자라는 아이들은 때 맞춰 적당한 장소에서 배설하고, 깨끗이 뒤를 닦는 습성이 배어 장성한 다음에는 그 성격구조의 한 측면으로 정확, 청결, 완벽, 시간 엄수에다 대변 관리 잘 하듯 돈관리도 야박하리만큼 매섭게 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니 이들은 우리에 비해 구두쇠이긴 해도 돈에는 상대적으로 깨끗하며, 물건도 완벽하게 만든다. 이렇듯 뒷간문화는 집단의 성격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소변 가리기 훈련이 부족하고 무시된 아이들은 큰 다음에도 차분치 못하고 큰 소리를 잘 치며, 지저분하고, 적당주의에 흐르며, 시간을 못 지키고 야단맞지 않고 커서 염치가 부족하다. 그래서 과거 이렇게 자랐던 우리는 서양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벽성 결여로 끝마무리가 시원치 않아 수출상품이 클레임에 잘 걸리며, 냄새와 색채에 둔감하다. 또 금전관리가 맺고 끊음이 희미하다. 묘하게도 이러한 우리의 뒷간문화 부재는 건축양식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즉 우리나라 절의 불단, 교회의 제단, 국회의사당의 연단 뒤는 대개가 벽이라서 그 뒷모습을 볼 수 없게 되어있다. 반면 일본과 서양의 의사당과 절, 교회는 불단 연단 제단 뒤로 한바퀴 삥 도는 길이 뚫려 있어 뒤가 지저분한지 않은지를 볼테면 보라고 되어 있으니, 그만큼 배설물 관리가 철저하다는 자신을 나타낸다고 하겠다.
분노의 단계를 넘어 좌절과 절망감을 대다수 국민에게 안겨주는 요즘의 한보파동 기사에 곁들여 장학로 전 청와대 비서관의 근황보도가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가 청와대에 들어가 얻은 재산 27억원 가운데 6억원만 불법축재로 몰수당하고 나머지로 한보철강 대리점을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한 사람을 위한 20년 봉사 후 그만한 「퇴직금」을 얻은 그가 부러웠던 것이 나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이는 마치 옛날 시골집 돗자리 깐 방바닥에 흘린 배설물을 걸레로 적당히 한두번 닦아놓은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며, 그 방바닥 황토속에 밴 지린내와 노린내는 두고두고 진동하리라는 판단이 선다.
지난 30년동안 우리는 다행히 농촌에서 대도시로 인구이동이 있었으며 대도시에는 수세식 아파트가 들어서고, 거기 사는 젊은 엄마들은 전세대에 비해 교육정도와 경쟁심도 높고, 방 치장에도 신경쓰고, 따라서 아기들 대소변 가리는 훈련도 잘 시켰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아이들이 자라면 국민성도 다소 변하리라는 기대로 우리 모두 지금의 좌절을 달래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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