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사태로 가장 고민하는 사람은 누구일까?국민? 정치권? 한보계열사의 하청업체? 임기 말년의 YS?
한보 사태는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과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이른바 한보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정치인들은 이번 설날 떡국이 목에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매일 매일 중계방송하다시피하는 최병국 대검중수부장의 기자간담회를 지켜보며, 자신의 이름 석자가 실리지 않았을까 떨리는 손으로 조간신문을 집어들며, 설 연휴를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보냈을 것이다.
국민들도 그랬을 것이다. 정치인의 고민과는 또다른 것이겠지만. 오랜만에 가족친지들과 둘러앉아 사과를 깎으며 예의 사과박스 이야기를 화두로 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분통을 터뜨렸을 것이다. 상다리가 부러진 집도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디 정치인과 국민 뿐일까? 보이진 않지만, 드러내놓고 말하진 않지만, 정작 누구보다 고민에 빠진 사람이 있을 것이다.
검찰은 91년 수서사건 때 한보의 정경유착에 칼을 댔다. 한치의 의혹 없이 사건을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수사결과에 미심쩍어 했고 불만족스러워 했다. 전직대통령 비자금 사건때도 한보의 정치자금은 또 한번 도마에 올랐으나 묻혀 지나갔다. 지금 검찰은 그 때 짜내버렸어야 할 고름을 짜고 있다. 그사이 더 곪았다. 「업보」이다.
검찰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수사할 때마다 늘 사건 자체의 사법적 「본질」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핵심」을 비껴서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이제 직설적으로 말한다. 이번에는 과연 어디까지 집어넣을 수 있을 것인가라고. 검찰은 고민할 것이다. 그러나 누구까지라는 고민보다 진정한 검찰권의 확립을 위한 마지막 고민이 되길 말없는 다수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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