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 “장관 건의 받았지만 안간 것이 천만다행”/박 전 통산 “한적없다” 전 의전수석 “기억안나” 발뺌「김영삼 대통령은 96년 5월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1단계 준공식때 누구로부터 참석을 권유받았는가」. 이와 관련해 김대통령과 문민정부 핵심 경제브레인이었던 박재윤 전 통산부장관간의 설명이 정면으로 어긋나면서 이 문제가 관심의 초점으로 새삼 떠올랐다.
김대통령은 지난 5일 회의에 참석한 해외공보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면서 『당진제철소 1단계 준공식 때 장관이 몇차례 참석을 건의했으나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지금 생각해 보니 준공식에 가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이 장관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당시 주무장관이었던 박 전장관을 지칭하고 있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오찬에 배석했던 오인환 공보처장관도 『박 전장관을 포함해 당시의 한이헌(신한국당의원) 경제수석과 홍인길(신한국당의원) 총무수석을 조사해보면 알 것』이라고 말해 이 문제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오장관은 한걸음 더 나아가 『주내로 모든 것이 밝혀질 텐데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 좀스럽게…』라고 말한 뒤 『스스로 밝히지 않고 검찰에서 밝혀지면 결국은 두번 죽는 꼴이 될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전장관은 펄쩍 뛰고 있다. 박 전장관은 지난 5일 청운동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절대로 김대통령에게 참석을 권유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전장관은 또 김대통령의 청와대 발언이 알려진 뒤에도 『경제수석이나 의전수석 비서실장 등과 대통령의 준공식 참석문제로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고 거듭 무관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의전수석으로 대통령 일정을 관리했던 김석우 통일원차관은 이달초 사석에서 『박 전장관이 대통령에게 준공식 참석을 건의했고 당시 경제수석과 비서실장이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차관은 사태가 미묘하게 돌아가자 10일 『통산부나 박장관을 명확히 지칭하지 않았다』고 발을 뺐다. 김차관은 이어 『외부행사 참석 일정은 통상 주무부처에서 청와대 관련 비서실에 요청하고, 이 내용이 의전수석실로 넘어와 대통령에게 건의해 결정된다』고 밝혔다. 당시 주무부처는 통산부였으므로 그의 말에는 여운이 남는다. 한편 박 전장관이 부인으로 일관하자 청와대는 불쾌한 반응을 감추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한 시대의 경제정책을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발뺌만 하는 것은 비겁한 언동』이라고 성토했다.<이영섭 기자>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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