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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의 선·번짐으로 일상속 근원 찾기/유근택 한국화전 내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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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의 선·번짐으로 일상속 근원 찾기/유근택 한국화전 내일부터

입력
1997.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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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의 젊은 모색.한국작가들 사이에서 모색은 대개 두 종류이다. 묵이나 종이라는 한국화의 재료적 한계를 벗어버리거나 강한 추상적 표현을 통해 강한 주제의식을 강조하는 것이다.

『사물은 함부로 구조를 드러내지 않는다』

젊은 한국화가 유근택(32)씨에게 그림을 그려 낸다는 것은 보이는 것의 근원적 구조를 알아내는 일이다. 그 근원을 알아내려는 작업은 묵을 묻힌 붓으로 그려낸 일상의 소묘 작업과 묵선의 번짐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묵과 종이라는 전통적 소재와 번짐을 강조하는 기법은 옛 전통 한국화의 하드웨어를 그대로 차용한 듯 한데, 그 결과로 나타나는 작품은 현대적이면서도 그 접근이 매우 날카롭다. 동시에 물감위에 한지 덧붙이기를 반복한 실험적 작업 역시 매력적이다.

유씨의 화면 속에 나타는 것들은 예의 정원이나 분수 등 일상들과 가족도. 특히 겹쳐진 종이와 물감 사이로 설핏하게 보이는 가족의 형상은 가족이 해체되는 이 시대의 가족상을 인상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작품이다.

더욱이 「분수, 혹은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작품은 놀이공원이라는 인공적 즐거움의 공간에서 파편적 즐거움을 느끼는 현대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지러진 이목구비는 그들의 익명성을 말한다.

평론가 박영택씨는 『간혹 필력이나 먹의 자신만만한 구사에 힘이 들어간 경우에서 오는 어떤 불일치가 화면을 괴롭힌다』고 지적하고 있다. 먹의 맛을 삶의 진실과 그에 따른 감동으로 표현하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젊은 작가의 작업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일은 그 일이 쉽지 않지만 소중한 일이기 때문인 것이다.

전시는 11∼20일.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 (02)720―5114.<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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