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역은 이 열차의 종착역인…』이라는 안내방송이 귀에 익은 모차르트음악과 함께 시끄럽게 울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아름다운 시민」중의 한 사람(지하철을 서서 타고 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라는 문구를 읽을 수 있다)인 나는 매일 이 음악을 들으며 반복되는 질문을 한다.<누가, 왜 이 음악을 안내방송의 배경음악으로 고른 것일까? 어쩌면 저작권료를 내야할 지도 모를 음악 대신 지하철에 어울리는 새 만들어 쓰면 좋지 않을까? 어떤 음악이 좋을까? 88올림픽 때 드세게도 불러제꼈던 「손에 손잡고」처럼 대중적인 음악? 아니면 경쾌한 민요풍?…> 이렇게 누가 들어주지도 않는, 지하철 음악에 대해 자문자답을 그칠 줄 모른다. 누가,>
사실 지하철 음악에 대해 할 말은 그 뿐이 아니다. 아침 출근길, 「의욕」 혹은 「꿈」 같은 것을 가슴에 안고, 행여 지각할 세라 헐레벌떡 지하철 역에 당도한 이들에게 온 역사를 끈적끈적한 느낌으로 휘감는 「색소폰」 연주소리를 들려주어 어쩌자는 것인지. 또 한가하게 앉아 흔연스런 추임새를 곁들여 들어야 제격일 박동진 명창의 판소리를 사람 북적대는 환승역에 틀어 놓아 온갖 소음에 그 「소리」는 묻혀 버리고, 듣기 싫은 「고함」만 들려오기 일쑤인 그 음악은 또 어떤가.
언젠가, 외국인 친구에게 경복궁과 박물관을 구경시키고 지하철 역 계단을 내려 가는데 역사에 크게 틀어놓은 FM방송에서는 우아한 서양 고전음악이 흘러 나왔다. 고궁 가까이에 있는 지하철 역에서는 한국 고유의 음악이 서비스되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와 다음 대화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매일매일 지하철을 애용해서 더욱 더 아름다운 시민이 되고 싶은 나의 소망은 지하철에서 「소음」이 아닌 격에 맞는 진짜 음악 서비스를 받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음악 서비스를 받은 지하철 승객들이 지금보다는 좀더 여유를 갖게 되어, 혹 옆사람이 신문을 좀 넘겨다 보더라도 피하지 않게 되고, 빈 자리가 생겼을 때 맹수처럼 그 자리를 공격하는 소아적인 태도를 벗어버릴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좋은 음악이야말로 사람과 사회를 순화시키는 명약이라지 않던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