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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태풍­3김의 고통스런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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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태풍­3김의 고통스런 숙제

입력
1997.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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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DJ­JP ‘최후의 삼국지’/‘한보’는 기성정치 모순 결정판/현질서 주도 3김 모두 큰 상처/30년 경쟁의 마지막 승부는…한보사태는 정치권에 던져진 최후통첩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20세기 후반의 한국 정치를 주도해 온 김영삼 대통령, 국민회의 김대중, 자민련 김종필 총재에 주어진 숙제이다. 기존 정치구도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이를 혁파하고 새로운 질서를 창출할 것인지, 3김은 그 선택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한보사태는 기성 정치의 모순, 비리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현 정치질서의 주도자인 3김은 기본적으로 심대한 상처를 입고있다. 그래서 3김은 한보사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더욱이 금년 12월에는 대선이 치러지며, 3김은 이 대선에서 30년 경쟁의 마지막 승부를 벌여야 한다.

따라서 3김은 대선정국에 결정적 영향을 줄 한보사태에 진지함을 넘어 처절하게 임하고 있다. 한 치의 실수는 대선정국의 주도권 상실, 나아가 대선 패배로 이어지기에 3김은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비장의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마디로 최후의 삼국지가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3김이 어떤 수를 쓸 지 예단하기는 힘들다. 일단 수사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3김의 쟁투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보사태의 무한정한 확산이 3김 모두에게 부담스럽다』며 현상유지를 점치기도 한다.

그러나 홍인길, 권노갑 의원의 거액수수혐의로 김대통령, 김대중 총재가 이미 타격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상유지론은 현실성이 적다. 또한 김종필 총재도 정황상 한보사태로부터 독립적일 수 없다. 3김 모두가 대선정국의 스타트라인에 서기도 전에 한보사태로인해 치명상을 안고있는 형국인 것이다. 특히 검찰수사에서 연루 정치인의 규모가 수십명선으로 나타나면 현상유지는 3김이 의도한다해도 불가능하다는게 중론이다.

결국 3김은 한보사태를 적정한 선에서 봉합할 수 없다면, 상황반전으로 자신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수 밖에 없게된다. 우선적으로 김대통령은 특유의 공격적인 스타일을 재연할 가능성이 높다. 당정개편을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거나, 이 정도로 부족할 경우에는 여권 대선후보구도에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아예 새로운 신진세력을 수혈, 정계재편을 시도할 수도 있다. 기성정치에 대한 염증을 세대교체, 정계재편의 흐름으로 연결시켜 김대통령 자신과 두 야당총재의 역할마감으로 등식화하는 승부수를 쓸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국정운영상 차질, 권력누수의 부담이 따르게 된다.

반면 김대중, 김종필 두 총재는 한보와 대선자금의 의혹, 한보배후의 실체 등에 초점을 맞추며 강공을 구사할게 분명하다. 수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두 야당총재는 검찰수사의 미진한 부분에 공세를 집중, 의혹의 여지를 남겨두는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그래야만 김대통령이 의혹증폭을 막는 수세적 입장에 처하게 되고 그만큼 반전의 선택을 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능한한 「구정치 대 신정치」라는 구도가 형성되지 않도록 하고 여야의 대립구도를 조성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두 총재간에도 야당의 간판이 되기위해 수사결과를 활용하는 신경전이 전개될 개연성도 적지않다.<이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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