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Asian Wall Street Journal 2월5일자한국에서 두번째로 큰 제철소가 도산함으로써 「한국주식회사」는 그 신용을 다시 한번, 그것도 최악의 시기에 떨어뜨리게 됐다. 김영삼 대통령은 최근에야 겨우 노동법 관련 파업사태의 고비를 넘기는듯 했으며 증권시장도 1년간의 지속적인 하락세를 멈춘 것 같았다. 그러나 한보철강의 도산과 배경을 이루는 대형스캔들은 이런 호재를 망치고 말았다.
그러나 한보사태가 결과적으로는 한국경제를 위한 「쓴 약」이 될지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 지난해 이후 개혁으로부터 뒷걸음질쳐 왔다. 분석가들은 이른바 「창구지도」-정부가 은행에 외압을 가하는 관행-가 몇년간 잠잠하다가 되살아났다고 말한다.
이런 위험한 관행이 되살아난 까닭은 재벌기업들이 불황을 핑계로 은행에 압력을 가하도록 청와대에 촉구했기 때문이다. 경제적 후퇴와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히스테리 등이 한국정부로 하여금 「창구지도」의 나쁜 관행으로 돌아가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한보가 60억달러(약 4조6,000억원)의 빚을 갚을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은 이러한 정책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제 「창구 지도」는 버려야 할 때가 된 것이다.
한보스캔들이 해준 또 한 가지 기여는 「한국형」개발모델에 내포된 위험성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해 노태우 전두환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단죄에서 보았듯 정부의 정책에는 항상 재벌의 대가가 뒤따랐다. 실제로 한보 창업자인 정태수 총회장은 노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준 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이번에는 너무나 많은 정치인에게 돈을 주어 그 수를 일일이 다 기억할 수 없다고 검찰에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관측통들은 한보가 당진에 제철소를 건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압력을 가한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한보는 재무구조상 처음부터 제철소 건설에 적절한 회사가 아니었다는 말이 된다.
어찌됐든 한보의 침몰은 정부의 경제정책을 한국 국민들이 따져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새 회원국으로서 이제 무엇인가에 손을 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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