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원진」 사건계기 본격 사회문제화우리나라에서 직업병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사회문제화한 것은 88년경부터이다. 당시 불과 15세이던 협성제공 소년노동자 문송면군이 수은 및 유기용제 중독으로 진단받고 투병하다 사망했다. 또 원진레이온에서 이황화탄소 중독증세를 보이는 노동자가 집단 발견된 것도 이 무렵이다.
그 전에도 탄광노동자의 진폐증 등 직업병 발생이 적지 않았으나 87년 6월항쟁과 연이은 노동자 대투쟁으로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 민주화의 공간에서 직업병은 우리 사회의 커다란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직업병이 최근에 생긴 질병은 아니다. 확실한 증거와 단서가 남아있지는 않으나 인류가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역사의 99%이상을 차지하는 수렵·채취 기간에도 그런 작업과 관련한 질병이 있었을 것이고, 신석기 농업혁명 이후에는 농부증등이 인간을 괴롭혔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직업병은 고대문명이 형성되면서, 특히 광업이 생겨나면서 발생했다. 고대 로마의 시인 마르티알리스는 유황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질병에 대해 언급했고, 루크레티우스는 금광노동자의 심각한 건강에 대해 이야기했다. 고대 서양의학의 황제로 일컬어지는 갈레노스도 직업병과 그 특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많은 사람의 생명이 그들의 직업과 연관이 있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일 때문에 건강상의 피해를 받는 것은 틀림이 없으며, 그것을 개선하는 게 불가능함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의사학>황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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